반도체 호황 등으로 늘어나는 세수를 별도로 적립해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하는 ‘미래대응기금’이 신설된다. 정부는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분야에 재원을 집중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한편, 내국세에 연동돼 온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학령인구 감소와 경제 여건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55년 만에 개편하기로 했다.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재정운용전략협의회를 주재하고 이 같은 재정운용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기획처가 밝혔다.정부가 새로 조성하는 미래대응기금은 반도체 호황 등으로 발생하는 ‘추가세수’를 주요 재원으로 삼는다. 
 
박 장관은 “남을 때 저장해 두었다가 부족할 때 쓸 수 있는 재정 곳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추가세수를 적립해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고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한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자 세수 변동성을 완화하는 재정안정화 장치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기금은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분야를 중심으로 운용된다. 청년층의 취업·주거·결혼·출산·양육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인공지능(AI), 3대 메가 프로젝트, 소형모듈원자로(SMR)·핵융합·첨단바이오 등 7대 SEED 프로그램에 투자한다. 지방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첨단 분야 인재 육성과 해외 우수 인재 유치에도 재원을 활용할 계획이다.추가세수는 다음 연도 예산안의 내국세 세입예산이 최근 10년간 내국세 결산액의 연평균 증가율을 바탕으로 산출한 ‘추세치’를 웃도는 경우 그 초과분을 뜻한다. 정부는 추세치를 넘어선 내국세를 일반회계에서 미래대응기금으로 전입하고, 반대로 세수가 추세치에 미치지 못하면 기금 재원을 일반회계로 전출해 재정 변동성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초과세수 외에도 세계잉여금 잔여재원과 여유자금 운용수익 등이 기금 재원으로 활용된다. 기획예산처가 기금 운용을 총괄하고 유관 부처가 재원을 활용해 소관 사업을 수행하며, 여유자금은 전담운용기관을 통해 운용할 예정이다.정부가 설명한 조성 방식과 최근 세입 전망을 토대로 하면 미래대응기금 규모가 수십조원에 이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2027년 내국세 추세치는 약 370조원 수준으로 추산되며, 국세수입이 500조원 이상이고 내국세 비중이 최근 수준을 유지할 경우 추가세수가 60조~70조원을 웃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호황이 이어져 세수가 더 늘어날 경우 기금 규모가 100조원에 이를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구체적인 규모는 다음 달 초 발표될 내년도 예산안과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공개될 예정이다.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대폭 손질한다. 현재 내국세의 20.79%를 자동 배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3년 평균 경제성장률과 3년 평균 학령인구 변화율의 35%를 반영해 교부금 규모를 산정한다. 1972년 시작된 내국세 연동 방식이 내년부터 바뀌는 것이다.이에 따라 반도체 호황으로 내국세가 급증하더라도 교육교부금이 세수 증가분만큼 자동으로 늘어나는 구조는 사라진다. 다만 정부는 교육교부금 총액과 학생 1인당 교부금은 계속 증가하도록 하고, 교부금이 전년보다 줄어들 경우 그 차액을 보전해 총액 감소를 막는 방안을 법에 명시할 계획이다.교육교부금 개편으로 확보되는 재원은 미래대응기금 내 ‘교육·인재 계정’에 넣어 영유아·고등·평생교육 등에 활용한다. 기존 유치원과 초·중·고 중심의 교육재정에서 벗어나 생애 전 단계로 교육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우수 인재 유치와 국가 인재의 해외 유출 방지 등을 위한 전략적 투자에도 사용한다.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학령인구 감소와 경제·세수 여건 등 변화한 교육환경을 반영하면서도 초·중등교육에 안정적으로 재정을 투입하고 영유아 교육과 고등·평생교육 분야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패키지 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와 국무회의를 거친 뒤 다음 달 3일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번 개편이 단순한 세출 구조조정을 넘어 반도체 등 경기 호황기에 발생한 세수를 미래 성장동력과 인재 육성에 재투자하는 재정 운용의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