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진보 정부를 선택한 핵심적인 이유는 명확하다. 시장의 자율성에만 맡겨두었을 때 심화되는 자산 양극화를 완화하고, 불평등 구조를 개혁하며, 시장의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라는 시대적 요구 때문이었다. 그러나 집권 초기 현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와 정치적 우선순위는 이 명분과 심각한 불일치를 보이고 있다. 최근 끝난 여당 전당대회에서도 진보적 가치와 정책 노선에 대한 생산적인 논쟁은 부재했고, 구태의연한 계파 간 세 대결만 두드러졌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대선과 지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부터 일관되게 외쳐온 국토균형발전과 '기본사회(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금융)' 구상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검찰·사법개혁 등 정치적 현안에 국정 역량이 집중되는 사이, 서민 경제의 실질적 지표는 악화 일로다. 진보 정부가 국정 동력을 회복하려면 전면적인 국정 기조 전환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 다음의 네 가지 과제를 추진해야 한다. 첫째, 매주 치솟는 서울 부동산 가격을 최우선 '제1의 민생 과제'로 설정하고 하향 안정을 유도해야 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주간 상승률이 0.2~0.3% 이상을 기록하며 수개월째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이 같은 상승세를 연간으로 환산할 경우 두 자릿수에 달하는 가공할 폭등세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및 KB부동산 통계에서도 상위 20%(5분위)와 하위 20%(1분위) 간 자산 격차를 나타내는 자산 5분위 배율은 10배를 상회하며 역대 최고 수준의 자산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집값 폭등이야말로 서민과 청년층은 ‘영원히 내집을 가질 수 없다’는 절망감에 빠뜨리고 불평등을 가중시키는 주범이다. 둘째, 부동산 폭등을 자극하는 '8.3 부동산 세제개편안'과 '8.13 부동산대책'의 허점을 수정해야 한다. '8.3 부동산 세제 개편안'은 초고가 부동산에 대해서만 핀셋 과세를 시도했을 뿐, 그 외 대다수 부동산에 대해서는 불로소득의 기대수익률을 사실상 보장해 주는 심각한 허점을 드러냈다. 이어 발표된 '8.13 부동산 대책' 역시 5년 뒤에나 실효성을 거둘 장기 공급 방안에 기대며 시급하고도 심각한 위기로 치닫고 있는 투기 수요 차단을 회피했다. 이대로면 시장에는 "초고가 주택만 아니면 투기 수익을 누릴 수 있다"는 그릇된 신호를 주게 된다. 김민석 신임 여당 대표와 지도부부터 부동산을 바라보는 잘못된 시각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 보수 야당의 '공급 타령'과 기득권 보호적 세제 주장에 동조할 것이 아니라, 투기 심리를 철저히 차단하고 실거주자 중심의 과감하고 강력한 부동산가격 안정 정책을 주도해야 한다. 셋째,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시중 유동성과 반도체 특수에 따른 해외 유동성 증가를 정교하게 관리해야 한다. 집값 폭등의 바탕에는 절대적으로 높은 유동성이 있다. 광의통화(M2) 잔액이 4,200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한국의 GDP 대비 M2 비율은 150~153%에 달한다. 이는 미국(약 71%)이나 유로존(약 108%)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이자금이 생산적인 기업 투자 대신 비효율적인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일부 조세저항과 정치인들의 서울 표 지키기에 떠밀려 공급 정책만 논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고 보수 정권의 무책임한 논리를 답습하는 것과 같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골든타임을 활용해 금융·통화 수단으로 자산 거품을 제거해야 한다. 넷째, '기본사회' 구상과 '국토균형발전'을 전면 정책화하고 관료 중심 국정운영 탈피를 위한 인적 쇄신을 단행해야 한다. 이재명 대표 시절부터 오랫동안 주창해 온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금융'의 구체적 정책화와 신속한 공공기관 이전 등을 국정 중심 과제로 배치해야 한다. 아울러 기존의 관료주의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진보적 철학과 민생 개혁 의지를 갖춘 참신한 인재들로 구성된 새로운 내각과 대통령실의 재편이 필요하다. 정치의 평가 기준은 명분이나 구호가 아닌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이다. 검찰 및 사법개혁 못지않게 더 중요한 것은 서민의 생계와 주거 안정이다. 서울 부동산 폭등 차단, 8.3 세제안 및 8.13 부동산대책 수정과 여당 신임 지도부의 시각 전환, 유동성의 정교한 관리, 기본사회 및 국토균형발전의 실행, 그리고 과감한 인적 쇄신만이 진보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고 가파른 지지율 추락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