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 때는 밤늦게 커피를 마셔도 바로 잠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흔을 넘기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밤새 잠을 설칩니다. 자연스레 디카페인을 찾습니다. 술자리 역시 예전 같지 않습니다. 같은 양을 마셔도 다음 날 몸이 훨씬 힘들고, 술자리 자체가 버겁게 느껴집니다. 흔히 이런 변화를 나이 탓으로 돌립니다. 스무 살을 정점으로 몸이 해마다 늙어 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논문을 보면 사실과 다릅니다.지금까지 학자들은 노화를 직선으로 이해했습니다. 사람 나이와 신체 변화 수치를 그래프에 찍고 직선을 그었습니다. 한 살 나이를 먹을 때마다 몸이 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으로는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특정 나이가 되면 특정 질병에 훨씬 자주 걸리기 때문입니다. 사오십 대 심혈관질환 환자 비율은 40퍼센트 정도입니다. 하지만 예순을 넘기면 70퍼센트를 웃돕니다. 나이에 비례해 서서히 병든다면 이런 현상은 겪을 수 없습니다. 최근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이 현상을 깊이 관찰했습니다. 백여 명을 수년 동안 추적하며, 유전자와 단백질, 대사물질, 장내세균 등 몸속 변화를 한꺼번에 측정했습니다. 여기서 무척 흥미로운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나이에 비례해 변하는 분자는 10퍼센트도 되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대부분은 특정 시기에 급격히 변했습니다. 몸은 생각처럼 일직선으로 늙어가지 않았던 것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크게 두 번 늙습니다. 첫 번째는 마흔넷 무렵입니다. 두 번째는 예순 무렵입니다. 연구진은 변화가 한꺼번에 밀려드는 이 시기를 노화의 파도(aging wave)라고 불렀습니다. 이 시기에 수천 개 분자가 한꺼번에 방향을 바꾸는 현상을 겪습니다. 그런데 두 파도가 일으키는 변화는 서로 다릅니다. 마흔 중반에는 심혈관과 지질 대사가 변합니다. 술과 커피를 다루는 대사 능력도 달라집니다. 반면 예순 무렵에는 면역 기능과 당 대사 능력이 떨어집니다. 이 무렵 신장 기능 변화도 함께 나타납니다. 이 연구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건강 수칙을 얻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언제 어떤 부분에 신경 써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마흔 중반이라면 혈압과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수치를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오후에는 카페인 섭취를 줄이고, 술자리 횟수도 조절합니다. 유산소 운동에 근력 운동을 곁들이는 일은 필수입니다. 예순 언저리라면 혈당과 신장 수치를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독감과 폐렴구균,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챙겨 맞습니다. 근육이 빠지지 않도록 단백질을 챙겨 먹습니다. 노화를 직선 내리막길로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굽이치는 길에 가깝습니다. 이 사실을 알면 막연한 두려움을 덜어낼 수 있습니다. 노화의 파도가 언제 오는지 가늠해 봅니다. 그러면 파도 앞에서 무엇을 먼저 챙길지 또렷하게 결정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식사와 가벼운 걷기, 그리고 숙면이 가장 좋은 대비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