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지 23일로 나흘째가 됐지만 후계자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동행 여부를 놓고 아직도 의견도 분분하다.
20일 새벽 지린성 투먼(圖們)을 통해 방중한 김 위원장은 이날 무단장(牧丹江)의 홀리데이인 호텔에서 만찬을 했고 21일 창춘(長春)에서 중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기업 '이치자동차'를 방문한 뒤 난후호텔에서 중국측 인사들과 오찬을 겸한 회동을 가졌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옆에 김정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의 이름도 70여명의 방중단 공식 명단에 없었다.
세계 주요 언론들이 김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하고 있고, 지난해 9월 당대표자회를 계기로 김정은의 사진이 처음 공개돼 얼굴을 아는 이들이 많은데도 들키지 않고 김 위원장을 수행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김정은 동행설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는 이유는 그가 지난해 5월과 8월 김 위원장 방중시 '김정'이란 가명을 사용해 동행했다는 설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 설을 근거로 김정은이 이번에도 가명을 사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무단장과 창춘 방문을 제외하고는 22일 저녁 양저우(揚州)에 도착할 때까지 숙박도 하지 않은 채 대부분의 시간을 열차 안에서 보냈다는 점도 김정은 동행설의 근거 중 하나다.
특별열차 안에 누가 타고 있는지는 직접 들어가 보지 않는 한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아버지 김 위원장이 무단장과 창춘에서 볼일을 보는 동안 김정은은 열차 안에 내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김정은이 방중에 동행했다면 열차 안에 모습을 감추고 있을 이유도 없을 뿐더러, 열차에 갇혀있는 방중은 의미도 없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예 김정은이 투먼에서 김 위원장과 헤어져 따로 고(故)김일성 주석의 혁명 유적지를 탐방하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이 특별열차를 호위하기에도 모자란 경호인력을 김정은에게 따로 투입해줬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혁명유적지 일대 경비가 강화됐다는 얘기도 들려오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상황을 종합하면 김정은은 북한에 남아 권력 2인자로서 북한 내부를 관리하는데 주력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 부재시에도 공백을 메워 북한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위기관리능력을 검증하는 '후계자 수업'이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곧바로 베이징으로 가 후진타오(胡锦涛)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뒤 귀환하지 않고, 3000㎞에 달하는 중국 대륙 종단에 나선 것도 북한을 오래 비워둬도 괜찮을 만큼 후계체제가 공고함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보인다.
하지만 김정은이 방중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완전히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김 위원장의 방중 일정 중에 합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 TBS는 23일 중국 난징(南京)공항에 북한의 고려항공 항공기 1대가 계류 중이며, 김 위원장이 비행기를 타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주요인사가 김 위원장 일행과 합류하기 위해 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