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경북 왜관지역 미군기지 캠프 캐럴 내에서 고엽제로 추정되는 물질이 발견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가운데 1979년부터 1980년 사이에 해당 캠프내의 오염된 흙 수십톤이 외부로 반출됐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미8군 사령관 존 디. 존슨 (Jonh D. Jonhson) 중장은 고엽제 매몰 의혹과 관련, 23일 1992년 나온 미 육군 공병단의 연구보고서를 인용해 "1978년 캠프 캐럴 내에 많은 양의 고엽제가 매몰 되었다는 주장에 대한 조사가 약간의 진전이 있었다"며 "우리는 캠프 캐럴에서 1978년에 특정 물질이 매몰되었다는 기록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에는 캠프 캐럴 주변에 화학 물질, 살충제, 제초제와 솔벤트용액 등 유독물질이 담긴 많은 양의 드럼통을 매몰했다는 기록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존슨 사령관은 연구보고서의 성격을 '일반적 환경평가서'라며 고엽제 포함여부를 확정짓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드러난 정황상 해당 특정물질 중 고엽제가 포함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날 발표된 보고서에서 드러난 주목할 만한 새로운 사실은 캠프 안은 물론 부대 밖으로도 이 독성 물질들이 옮겨졌다는 내용이다.
존슨 사령관은 "1979년부터 1980년까지 이 물질들과 그 주변 40~60t 가량의 흙이 이 지역에서 제거돼 다른지역에서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존슨 사령관은 그러면서 "미8군 관계자들은 이 물질들이 왜 묻혔는지, 그리고 이후에 어떻게 처리되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현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1979년과 1980년 사이는 박정희 대통령 서거를 전후로 우리나라가 극도의 혼란상에 빠졌던 시기이다. 특히 정부나 시민 모두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이 미흡해 미군의 오염물질 외부반출이나 매립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미연합사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한국정부가 이같은)사실을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외부로 반출돼 처리된 흙 40~60t이 설혹 고엽제에 오염된 것이 아니더라도 문제는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미군측이 이날 확인한 살충제, 제초제와 솔벤트용액만으로도 환경은 물론 인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운동연합 한숙영 간사는 "1차적으로 토양, 2차적으로 지하수 피해 등이 우려된다"며 "그 정도 양이라면 그동안의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 간사는 "(미군기지가)치외법권이어서 한국땅에서 벌어진 일들이지만 미군이 은밀히 자행해 왔다는 것이 문제"라며 "(매립지)주변이 낙동강 인근이고 영남주민 식수원이다. 지금이라도 조사를 제대로 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존슨 사령관의 발표만 놓고 보면 해당 보고서의 내용은 1978년 주한미군기지 캠프 캐럴에서 복무중 상관의 지시에 따라 고엽제를 매립했다고 최근 미 언론 등을 통해 폭로한 스티브 하우스의 증언과 상당부분 일치한다.
하우스는 마침 이날 오전 방송된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고엽제를 담은 205ℓ들이) 총합이 600여개는 될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고엽제는 베트남에서 들여와 매립됐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주한미군은 현재 오염물질 매립사실을 우리나라 정부와 공유하고 있으며 이날 캠프 캐럴을 찾은 환경부 관계자들과 관련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존슨 사령관은 고엽제 오염우려에 대해 "조사가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우리가 합동 평가를 진행 중인 동안 한국 국민들과 미국 국민들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미군의 고엽제 매립의혹은 오염된 대량의 흙이 언제, 어디에서, 어떤 절차에 의해 처리했는지의 여부에 따라 한단계 더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