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서 공짜는 없다. 국제관계는 더하다. 동맹이라고 다를 바 있겠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한국에 '동맹의 비용'을 요구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한국에) 이란 문제에 대해 조금만 도와달라고 했더니 안 하는 편이 좋겠다고 답했다"며 "기억해둘 것"이라고 압박했다. 며칠 뒤엔 한국의 핵심 미사일 방어무기인 천궁-Ⅱ를 우크라이나에 팔아야 한다는 워싱턴포스트(WP) 칼럼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이재명 대통령에게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정부 내에선 호르무즈 해협에 P-8 해상초계기, 군수지원함 등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요구엔 응하되 이란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고육책인 셈이다. 하지만 절충안이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 이란은 선을 그었다. 한국이 호르무즈에서 이란에 맞서는 행동을 하면 "직접적인 군사적 침략과 전쟁 참여"로 간주하겠다고 했다. 파병한다면 대이란 관계 악화와 우리 선박에 대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트럼프가 공언한 '대가'를 걱정해야 한다. 여기에 국내 정치라는 또 다른 장벽도 만만치 않다. 호르무즈 파병엔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여당이 다수당이라고 해도 쉽게 통과시킬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여권 지지층엔 미국 주도의 중동 군사개입에 대한 거부감이 뿌리 깊다. 파병을 결정하면 지지층 일부의 이반(離反)은 각오해야 한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도 비슷한 시험대에 선 바 있다. 노 대통령은 거센 반발 속에서도 그해 12월 3000명 규모의 추가 파병안을 확정했다. 이유는 북한 핵 위기 속에서 한미동맹을 흔들 수 없다는 현실론이었다. 23년이 흘러 이라크에서 호르무즈로, 부시에서 트럼프로 바뀌었지만 상황은 대동소이하다. 동맹의 요구를 어디까지 받아들일 것인지, 국익과 명분이 충돌할 때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감수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관건은 파병의 범위·규모를 어느 수준으로 정해야 동맹의 요구와 국익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느냐다. 대통령직은 때로 지지층이 원하는 방향과 자신이 판단한 국익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고독한 자리다. 그 책임도 오롯이 대통령의 몫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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