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결과지에서 공복혈당을 확인하고 나면 마음이 놓입니다. 정상 범위 안에 들었으니 괜찮겠지 싶은 것이지요. 하지만 그 숫자는 아침에 굶은 채로 잰 한 순간의 값에 불과합니다. 점심에 먹은 국수 한 그릇 뒤에 혈당이 어디까지 치솟았다가 언제 내려왔는지는 결과지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당뇨 관리는 오랫동안 이렇게 띄엄띄엄 찍은 점 몇 개에 기대어 왔습니다.끊어진 점과 점 사이를 이어 준 것이 바로 연속혈당측정기(CGM)입니다. 오백 원짜리 동전만 한 센서를 팔 뒤쪽에 붙이면 끝입니다. 피부밑 조직액의 당 농도를 몇 분 간격으로 재어 스마트폰으로 보내 줍니다. 센서에 달린 바늘이 들어가지만 머리카락보다 가늘어 통증은 거의 없습니다. 
 
한 번 붙이면 열흘에서 보름 동안 혈당 수치를 실시간으로 알려줍니다. 센서를 붙인 채로 샤워를 하거나 운동을 해도 무방합니다. 국내에서는 애보트의 프리스타일 리브레나 덱스콤 같은 기기들이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카카오헬스케어의 파스타 같은 전용 앱을 연동하면 식사 사진과 혈당 곡선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볼 수도 있습니다.이 기계를 가장 절실하게 사용하는 분들은 제1형 당뇨병 환자들입니다. 수면 중 혈당이 곤두박질치는 야간 저혈당은 생명이 위급해질 수 있는 치명적인 상황입니다. 따라서 위험 수위에서 경고음을 울려 주는 센서는 훌륭한 안전장치가 됩니다. 
 
반면 전체 당뇨병 환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제2형 당뇨병 환자 중에는 이 기기를 써 본 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체중 감량에 관심이 있거나 당뇨 전단계 판정을 받은 분들 사이에서 인기가 더 높습니다. 처방전 없이도 약국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어 마음만 먹으면 오늘 주문해 이번 주에 붙일 수 있습니다꼭 필요한 환자들보다 일반인들이 더 많이 찾는 셈이니 순서가 약간 거꾸로 된 듯합니다.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를 보면 이러한 아쉬움이 더욱 뚜렷해집니다. 인슐린 치료를 받는 제2형 당뇨병 환자 8,500여 명을 3년 동안 추적 관찰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기 시작한 사람들은 1년 뒤 당화혈색소(HbA1c) 수치가 눈에 띄게 감소했습니다. 당뇨 합병증 등으로 인한 입원 위험은 약 13퍼센트, 응급실 방문 위험은 약 18퍼센트나 낮아졌습니다. 특히 초기 혈당 수치가 높았던 환자일수록 개선 폭이 컸으며, 전문의가 아닌 동네 1차 의료기관 주치의가 처방한 경우에도 긍정적인 결과는 동일했습니다.단순한 수치 자체보다 그 수치가 언제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똑같이 흰쌀밥 한 공기를 먹어도 어떤 사람은 혈당이 완만하게 오르지만, 어떤 사람은 가파르게 치솟습니다. 식사 시 채소를 먼저 먹으면 혈당 상승 곡선이 완만해지고, 저녁 식후 15분만 가볍게 걸어도 혈당의 정점은 크게 낮아집니다. 밤잠을 설친 다음 날 아침 혈당이 유난히 높다는 사실 역시 연속적인 그래프를 눈으로 직접 보아야만 깨달을 수 있습니다. 즉 어떤 음식과 생활 습관이 내 몸에 맞는지를 외부의 일반적인 기준이 아닌, 내 몸의 실제 반응을 통해 확인하게 되는 것입니다.그러니 연속혈당측정기를 굳이 중증 당뇨 환자만의 전유물로 여길 이유가 없습니다. 건강검진에서 혈당이 애매하게 높다는 소견을 들으셨거나, 식사 후 심하게 졸음이 쏟아지고 유난히 허기가 빨리 돌아오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사용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다만 센서를 붙여 놓고 매 순간 변하는 숫자에 일희일비하다 보면 오히려 마음만 지칠 수 있습니다. 
 
단편적인 공복혈당이나 당화혈색소 수치만으로 내 건강을 속단하는 대신, 파스타 같은 앱을 내려받아 내가 먹은 음식과 활동이 내 몸속에서 어떤 혈당 곡선을 그리는지 찬찬히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