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이 올 연말 열릴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잇달아 러브콜을 보내고, 김 위원장 측 반응도 부정적이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이미 자신의 대화 요청에 응답했다고 전하며 한미 합동훈련 축소까지 지시해 이목을 끌었다. 연내에 김 위원장을 만날 것이라 공언하기도 했다. 북한 당국도 정상회담 가능성을 닫지 않고 있으며, 과도한 대미 비난도 자제한 지 오래다. 북미 정상회담이 급물살을 탄 건 서로 이해타산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양국이 서로 도움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듯하다. 근본적으로는 북미가 중국 견제라는 공통의 이해관계에 공감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미국의 대외 정책은 도전자 중국 견제에 온통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남미와 중동에서 중국의 핵심 거점을 망가뜨린 만큼, 아시아에서도 북한을 중국 영향권에서 분리하면 이른바 '대중국 포위 작전'이 완성 단계에 더 가까워진다. 사실 북한에도 더 큰 지정학적 위협은 중국이다. 이미 북한은 대외 무역 90% 이상을 의존하는 중국의 경제 위성국 처지가 됐다. 북한은 중국이 원유와 식량 밸브를 잠그면 붕괴할 상황까지 몰리면서 자칫 주권을 잃고 흡수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실제로 김정은 정권은 중국의 위협을 상당히 경계해왔다. 김 위원장에겐 최강대국으로부터 정권 안위를 보장받고 경제적 실리도 얻는 동시에 접경 이웃의 영향력 확장 시도를 견제할 수 있다. 평양은 중국 종속과 흡수 위협 탈피를, 워싱턴은 중국 포위망 강화를 얻는 실체적 이익이 존재한다. 만일 이 분석이 맞는다면 북미 수교 시나리오도 더는 허황한 이야기에만 그치진 않는다. 이렇듯 국제 질서의 대변혁은 언제나 은밀하고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한중 수교, 한러 수교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성향상 과거 닉슨 정부보다도 더 파격적으로 동아시아 질서를 재구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지금 한반도 지각 아래에서도 우리가 모르는 거대한 변동이 진행 중인 건 아닌지 면밀히 점검하고 대비책을 세울 때다. 북미 관계 변화에 가장 직접적 영향을 받는 우리는 바늘구멍만 한 가능성조차 그냥 흘려 넘겨선 안 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