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시간을 품은 경주가 파리로 건너간다. 석굴암을 비롯한 신라의 불교예술과 고고학적 성과, 천년 수도 경주의 역사와 삶이 첨단 디지털 기술과 전통예술을 통해 세계인의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아 한국 국가유산의 세계화를 위한 문화교류의 장이 프랑스 파리에서 마련된다.
국가유산청은 주프랑스한국문화원, 경주시 등 관계기관과 함께 오는 10월 1일부터 내년 3월 13일까지 파리에서 특별전 ‘불교미술 천년의 신비, 석굴암’을 개최한다. 이와 함께 10월 1일부터 7일까지 국가유산 방문 캠페인 ‘코리아 온 스테이지 인 파리’를 열어 한국의 국가유산과 전통문화를 집중적으로 알린다.이번 행사의 중심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경주 석굴암이 있다. 단순히 석굴암의 조형미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신라인의 정신세계와 건축기술, 불교예술, 그리고 천년고도 경주의 역사까지 연결해 보여주는 것이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주프랑스한국문화원 1층 오디토리움에서는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 축적해 온 석굴암 조사·연구 성과와 정밀 3차원(3D) 스캔 데이터를 활용한 실감영상이 상영된다. 3개 벽면과 바닥을 가득 채운 영상 속에서 관람객들은 석굴암 내부 공간과 본존불, 조각상 등을 입체적으로 마주할 수 있다.2층에서는 ‘경주, 천년의 수도 속으로의 여행’ 영상과 ‘360개의 돌로 연결된 인공석굴, 석굴암’ 3D 복원 영상을 통해 석굴암의 구조와 독창적인 천장 축조 방식 등을 소개한다. 석굴암을 하나의 불교 유산에 머물게 하지 않고 신라 천년 수도 경주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하도록 구성한 점이 눈길을 끈다.석굴암을 보다 다양한 감각으로 만날 수 있는 콘텐츠도 마련된다. 고(故) 한석홍 작가의 석굴암 사진과 함께 점자를 새긴 작품, 석굴암 3D 구조 모형, 본존불과 십일면관음보살상 얼굴 부조, 점자감각책 등이 전시돼 시각장애인도 손끝으로 유산의 형태와 질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경주의 또 다른 불교문화유산도 파리 관람객과 만난다. 3층 전시실에서는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가 발굴조사한 사천왕사지 목탑 기단부의 ‘녹유신장벽전’을 복원해 선보인다. 목탑을 장식했던 녹유신장벽전은 신라 불교미술의 정교한 조형성과 함께 불교 세계를 수호하는 신장의 위엄을 보여주는 유물이다.이와 함께 신라 불교문화와 관련된 수막새 등 발굴유물과 현대작가들의 재해석 작품도 선보인다. 천불상, 삼존불, 연못과 연꽃, 발원탑 등은 천년 전 신라인이 석굴암과 불교문화에 담았던 이상과 염원을 현대적인 조형언어로 풀어낸다.특히 이번 행사는 경주의 고고학적 성과를 현지에 소개하는 학술 프로그램도 마련해 의미를 더한다. 10월 5~6일 열리는 강연에서는 ‘석굴암과 신라불교’, ‘신라인의 삶과 죽음’을 주제로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의 조사·연구 성과가 소개된다.10년간 발굴조사를 마치고 재축조실험에 들어간 경주 쪽샘 44호 고분을 통해 신라인의 죽음과 사후세계에 대한 관념을 살펴보고, 월성 발굴조사를 통해 드러난 신라의 생활상도 함께 다룬다. 경주의 유적을 통해 신라의 예술뿐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삶과 죽음, 세계관까지 들여다보는 자리다.
석굴암 특별전과 함께 진행되는 ‘코리아 온 스테이지 인 파리’는 한국 국가유산을 보다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천년의 숨결, 함께 뛰는 심장’을 주제로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 등에서 사자춤, 사물놀이, 소고춤, 진도북춤 등 전통예술 공연이 펼쳐지고 국가유산 교육·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주프랑스한국문화원에서는 불어판 국가유산 방문자 여권을 비롯해 보자기 열쇠고리 만들기, 전통놀이, 공예 체험 등이 진행된다. 석굴암을 주제로 한 교육과 페이퍼 시어터, 한국의 문화·자연·무형유산을 소개하는 VR·AR 콘텐츠도 마련된다.한국 전통불교문화도 파리에서 만난다. 정관스님과 함께하는 사찰음식 강연·체험을 비롯해 프랑스 길상사에서 발우공양과 음식명상, 좌선과 다도 등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한·불 수교 140주년을 계기로 마련된 이번 행사는 한국 국가유산을 과거의 유물로 소개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첨단기술과 공연·음식·교육·체험을 결합한 현재진행형 문화 콘텐츠로 세계에 선보인다는 데 의미가 있다.그 중심에 선 경주는 더욱 주목된다. 석굴암과 사천왕사지, 쪽샘고분과 월성으로 이어지는 천년 신라의 문화유산이 파리라는 세계 문화도시에서 소개되면서 경주가 한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도시를 넘어 세계와 소통하는 문화 콘텐츠의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