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리고 있는 하나의 자아에서 무수한 ‘나비’가 피어나고 그 나비가 다시 숲으로 향한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존재론적·생태적 시선으로 바라보며 ‘공생의 미학’을 탐구해온 최마록 작가(62)가 30여 년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살아온 감성과 사유를 ‘숲’이라는 주제로 풀어낸다.    최소한의 자연적 재료와 물성을 통해 자연의 생명성을 담아낸 작품들은 관람객에게 숲에 대한 경외와 낯선 신선함을 건넨다.최마록 작가의 개인전 ‘내면의 창, 숲-The Forest'이 오는 29일부터 10월 10일까지 포항 꿈틀로 문화예술 창작지구 내 코워킹스페이스와 다락방미술관에서 열린다.    회화 20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랜 시간 천착해온 인간의 내면과 자연에 대한 사유를 한 자리에서 보여준다.작가에게 숲은 단순히 나무가 우거진 공간이나 특정한 풍경이 아니다. 도시의 시멘트 틈에서 피어난 작은 꽃 한 송이, 작업실의 꽃병에 담긴 식물, 발코니의 화분, 집과 공원 주변에서 오랜 세월을 견딘 나무 한 그루까지 일상의 자연이 모두 숲으로 확장된다.그가 말하는 숲은 곧 ‘Human Forest(인간의 숲)’이자 ‘The Giving Tree(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자연과 인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유기적 관계를 의미한다. 나무의 나이테와 형태, 색이 기후와 환경에 따라 달라지듯 인간 역시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관계에 따라 감정의 형태를 만들어간다는 것이다.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생각을 판화와 회화 작업으로 풀어낸다. 밴쿠버 주변에서 주워 모은 부러진 나뭇가지에 고향의 흙과 오브제를 결합한 작품에서는 자연이 내어준 것에 대한 감사와 기억이 드러난다. 웅크린 인간의 형상에서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는 선과 나뭇가지의 형상은 자연으로의 회귀이자 안식처를 상징한다. 특히 작가의 작업에서 중요한 모티프는 ‘나비’다. 밴쿠버에서의 삶은 그에게 일종의 ‘고치 속 시간’이었다. 어느 날 나비가 되는 꿈을 꾼 뒤, 인간의 형상과 나비의 이미지가 연결되기 시작했다.작가는 캐나다 작업실 벽에 판화 한 점을 걸어두었다가 긴 여름 햇빛이 작품 위에 드리우면서 인간의 형상에 나비 날개와 같은 그림자가 나타나는 순간을 경험했다. 우연히 찾아온 그 찰나의 이미지가 작업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이후 엄마의 배 속에 있는 태아를 연상시키는 웅크린 인간의 형상을 바탕으로 3650장의 작은 판화 작품을 제작했다. 2018년 포항에서 발표한 이 작업에는 타국에서 보낸 10년의 시간이 응축됐다. 작품을 통해 작가가 발견한 문장은 “The butterfly is inside me, not far away”였다. 나비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자신의 내면에 존재한다는 의미다.이번 전시는 그 ‘내면의 나비’가 다시 숲으로 확장되는 과정에 놓여 있다. 웅크린 인간의 형상에서 뻗어 나가는 수많은 선은 나뭇가지가 되고, 자연의 이미지로 이어진다. 날카로운 조각칼로 선과 면을 새겨 만든 판화에서는 식물과 나무가 추상적인 이미지로 변주되며 자연이 가진 생명력과 신비를 드러낸다.한편 최 작가는 20~30대를 지역에서 보내며 경주창작미술협회, 아웃사이드(경주), 포항청년작가회, 포항설치미술회 등에서 활동했다. 경주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개인전과 단체전을 이어가며 지역을 기반으로 작품 활동을 펼쳤다. 이후 캐나다 밴쿠버에 정착해 30여 년간 생활하면서도 3~5년 주기로 한국을 찾아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작품을 발표해왔다. 젊은 시절 포항과 경주의 자연에서 ‘산’을 주요 소재로 작업했던 작가의 시선은 이제 숲으로 넓어졌다. 색을 쌓고 나이프와 날카로운 도구로 긁어내며 감정을 표현했던 초기 작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연에서 얻은 재료와 인간의 형상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묻는다. 웅크린 자아에서 피어난 ‘나비’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공생을 탐구하며 ‘숲’의 생명성과 경외를 표현하는 이번 전시는 최소한의 재료와 절제된 조형 언어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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