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이 발생하면 피해 현장에는 구호 인력과 자원봉사자, 취재진의 발길이 한꺼번에 몰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긴급 복구가 마무리되고 언론의 관심까지 줄어든 뒤에도 피해 주민들의 삶은 계속된다. 물에 잠긴 농경지를 정리하고, 토사를 치우고, 무너진 생활공간을 다시 정돈하는 일은 여전히 남는다.신천지자원봉사단은 이처럼 재난 직후의 긴급 지원을 넘어 피해 주민들의 일상 회복을 돕는 장기 복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경남 거제 폭우 피해 현장에서만 12차례 봉사활동을 펼쳤으며, 과거 강원 동해와 경북 안동 산불 피해 현장에서도 장기간 복구활동을 진행했다. ◆ “한 번으로 끝내지 않는다”…거제 수해 현장 12차례 방문최근 신천지자원봉사단의 장기 복구활동이 집중된 곳은 경남 거제다.지난 8월 15일부터 17일까지 이어진 집중호우로 거제지역에서는 농경지 침수와 토사 유입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긴급 복구가 진행된 이후에도 고령 주민이 많은 일부 농가와 피해지역에서는 자체적으로 복구작업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 남았다.봉사단은 지난 8월 26일 첫 수해복구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9월 15일까지 모두 12차례 현장을 다시 찾았다. 연인원 300여명의 봉사자가 참여해 수해 피해 농가와 주민들의 복구를 지원했다.활동은 거제시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해 진행됐다. 봉사단은 센터를 통해 일손이 필요한 현장을 배정받아 복구 작업에 참여했다.둔덕면 방하리 포도농가에서는 침수로 피해를 입은 배수로를 다시 정비했다. 전통시장과 아파트, 상가, 종교시설 등에서도 침수된 시설을 정리하고 토사를 걷어냈다.이 과정에서 수거한 침수 폐기물은 약 12t에 달했다.한 차례 현장을 찾아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같은 지역을 여러 차례 방문한 것은 피해 주민들의 복구 상황에 맞춰 지속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였다는 게 봉사단 측 설명이다. ◆ 긴급구호 이후가 더 긴 시간…동해·안동 산불 현장도 찾아신천지자원봉사단의 재난 복구활동은 수해 현장에 국한되지 않는다.강원 동해 산불 피해 당시에는 이재민들이 임시로 머물던 수련원을 지속적으로 찾아 생활공간 정비와 지원활동을 펼쳤다.경북 안동 산불 피해 현장에서도 장기간 복구활동을 진행했다. 대구경북연합회 봉사자들은 이재민 임시 거주 주택 200여 곳을 찾아 청소와 물품 정리 등을 지원했다.화재로 소실된 400년 역사의 고택 잔해를 정리하는 작업에도 참여했다. 긴급 지원과 복구활동은 모두 45일간 이어졌다고 봉사단 측은 밝혔다.특히 봉사단은 산불 피해가 발생한 뒤 복구하는 것뿐 아니라 산불을 예방하기 위한 활동도 매년 이어가고 있다.건조기마다 전국 주요 산림 인접 지역에서 산불 예방 캠페인을 진행하고 주민들에게 화재 예방수칙을 알리는 한편 소형 소화기를 배포하고 있다. ◆ ‘복구’에서 ‘예방’까지…재난 대응 범위 넓혀재난 봉사는 피해가 발생한 뒤 현장을 정리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신천지자원봉사단은 산불 예방 캠페인을 비롯해 산사태 피해지역 복구, 침수 피해 중소기업 지원 등 다양한 재난 현장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현장에서는 지자체와 자원봉사센터 등 관련 기관과 협력해 실제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 지원하는 방식으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거제 수해복구 역시 거제시자원봉사센터와 협력해 피해 상황과 복구 필요성을 파악한 뒤 일손이 필요한 현장에 봉사자를 투입했다.재난 현장의 규모가 크고 피해 유형도 다양한 만큼 행정기관의 복구 작업과 민간 봉사활동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민관 협력의 사례로 볼 수 있다. ◆ 보건사회연구원 연구가 주목한 ‘지속성과 진정성’신천지자원봉사단은 장기적인 구호활동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3년 발표한 연구를 소개했다.‘다차원적 구호서비스 제공이 재난 피해자의 사회적응에 미치는 영향: 구호 서비스 만족도의 조절 효과’ 논문에서는 재난 피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완화와 사회적응 과정에서 구호 서비스의 지속성과 진정성이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됐다.이는 재난 직후의 물질적 지원뿐 아니라 피해 주민들이 일상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다.신천지자원봉사단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단발성 지원보다 피해 현장을 반복적으로 찾아가는 활동에 의미를 두고 있다.◆ “가장 값진 보상은 이재민의 미소”재난 현장에서 봉사자들이 마주하는 것은 치워야 할 토사와 폐기물만이 아니다. 갑작스럽게 생활 터전을 잃은 주민들의 막막함도 함께 마주하게 된다.봉사단은 이 때문에 공식적인 포상이나 기록보다 피해 주민들이 일상을 되찾는 과정을 봉사의 중요한 결과로 꼽는다.봉사단 관계자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주시는 귀한 상들은 앞으로 더 진심을 다해 이웃을 돌보라는 격려로 생각한다”며 “현장에서 이재민들이 ‘이제야 살 것 같다’고 말하며 평온함을 되찾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 “이재민이 일어서는 마지막 순간까지”재난은 한순간이지만 복구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특히 긴급 복구가 끝난 이후에는 외부의 관심이 빠르게 줄어들 수 있지만 피해 주민들에게는 그때부터 본격적인 일상 회복이 시작된다.신천지자원봉사단이 거제에서 12차례에 걸쳐 수해복구 활동을 이어가고, 동해와 안동 산불 피해 현장에서도 장기간 봉사활동을 진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봉사단 관계자는 “재난 복구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피해 주민들이 사회로부터 잊혔다고 느낄 때 찾아오는 절망감”이라며 “산불 예방 캠페인부터 최근 거제 폭우 복구까지 도움이 필요한 전국의 재난 현장에서 이재민들이 완전히 일상으로 복귀해 환하게 미소 짓는 마지막 순간까지 가족의 마음으로 곁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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