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방중 기간 동안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한반도 비핵화와 6자회담 재개 문제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북한이 우리 측의 3단계 방안(남북수석대표 회담→북·미 대화→6자회담)에 한발짝 접근할 지에도 관심이 솔리 있다. 중국 측 발표에 의하면 김 위원장은 25일 후진타오 주석을 만나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지지한다"면서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이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언급을 두고 원론적인 수준의 의사 표시일 뿐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양측이 6자회담 재개와 3단계 방안에 대한 깊은 대화가 오갔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중 정상회담의 배석자 구성부터가 이례적이다. 중국 측은 후진타오 주석, 시진핑 부주석,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 등 10명이 참석한 반면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강석주 부총리, 김영일 당 국제부장,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4명만 참석했다. 배석자를 동수로 하지 않고 핵문제와 대외관계 전문 관료만 참석시킨 것을 볼 때, 북한은 비핵화 의제를 즁국과 집중적으로 논의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상호 관심사인 모든 문제에서 훌륭한 견해 일치를 이룩한 데 만족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힌 데서도 3단계 방안에 대한 진전된 합의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후진타오 주석은 "관련국들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를 위해 '장애 요소'를 제거하고 냉정과 절제를 유지하며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 주석이 언급한 '장애 요소'는 천안함·연평도 문제라는 게 중론이다. 한국이 3단계 방안의 첫 단계인 남북비핵화회담 개최에 앞서 북한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은 한국을 상대로 6자회담 재개와 천안함·연평도 문제가 분리될 수 있는지 테스트하면서, 남북관계 복원을 이끌어 내려 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연구원 남북협력연구센터 박형중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중국의 후원과 미국과의 대화 모멘텀을 살리면서 한국 정부가 고립돼 입장을 완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내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특히 북한은 중국과 미국이 남북 긴장완화와 6자회담 개최를 원한다는 인식 하에서 두 나라의 영향력을 통해 남북한의 입장차이가 중재될 것을 기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귀국과 동시에 6개월간 억류했던 한국계 미국인 전용수씨를 전격 석방시킨 것도 향후 북한의 행보에 변화가 있을 것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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