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프로, 일본은 실업(사회인) 야구. 간판만 놓고 보면 전력 차이가 커 보인다. 하지만 야구 한일전이 시작되면 한국 팬들은 좀처럼 마음을 놓지 못한다.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25일 오후 6시30분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일본과 맞붙는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슈퍼라운드 1차전이다.한국은 KBO리그에서 뛰는 프로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렸다. 반면 일본은 이번 대회에 전원 사회인야구 선수들을 출전시켰다. 표면적으로는 '프로 대 아마추어' 구도처럼 보인다.그러나 일본의 사회인야구를 국내에서 흔히 생각하는 아마추어 야구와 같은 선상에서 바라봐서는 안 된다.일본 사회인야구는 기업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엘리트 야구 무대다. 선수들은 기업에 소속돼 훈련과 경기를 이어가며 전국대회와 도시대항전 등에 출전한다. 이 무대에서 기량을 인정받은 선수들이 일본프로야구(NPB) 드래프트를 거쳐 프로로 진출하기도 한다.이번 일본 대표팀의 선발투수 히구치 신(오지)도 사회인야구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선수다. 회사에 소속돼 활동하면서도 최고 시속 151㎞의 빠른 공을 던지는 왼손 투수다. 조별리그 중국전에서는 6이닝 동안 탈삼진 10개를 잡아내며 1실점으로 호투했다.일본은 이 히구치를 3일 휴식 후 다시 선발로 내세웠다. 한국전 승리를 위해 사실상 가용한 전력을 총동원한 셈이다.한국 팬들의 반응도 엇갈린다.한쪽에서는 "한국은 프로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렸는데 일본 사회인 선수들에게 고전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대로 일본 사회인야구의 수준을 잘 아는 팬들 사이에서는 "프로가 아닌 선수들이 저 정도 경기력을 보이는 것이 놀랍다"는 반응도 나온다.이런 평가가 나오는 배경에는 양국의 야구 생태계 차이가 있다.일본은 프로야구 아래에 고교와 대학, 사회인야구가 촘촘하게 이어지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특히 기업팀을 중심으로 한 사회인야구는 단순한 취미 수준을 넘어 높은 경쟁력을 갖춘 엘리트 선수 육성의 한 축으로 기능한다.반면 한국은 KBO리그가 국내 최고 수준의 야구 무대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것과 비교해 프로 아래 단계의 선수층과 성인 엘리트 야구 기반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이번 한일전이 단순히 '프로와 아마추어의 대결'로만 설명되기 어려운 이유다.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야구 아시안게임 5연패에 도전하고 있다. 2010 광저우 대회부터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 대회까지 4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했다.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도 순항했다. 한국은 대만을 5-0으로 제압하는 등 3전 전승으로 슈퍼라운드에 진출했다. 일본전까지 승리한다면 결승 진출에도 한층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한국의 선발투수는 소형준(KT 위즈)이다. 일본은 히구치를 사흘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올린다. 양 팀 모두 슈퍼라운드 첫 경기부터 중요한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한국에는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자존심이 걸려 있다. 일본에는 사회인야구 선수들만으로도 아시아 정상급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기회다.여기에 아시안게임이라는 무대의 특수성도 있다.현행 병역제도상 아시안게임에서 1위를 차지한 선수는 체육요원 편입 대상이 될 수 있다. 병무청은 체육요원 편입 기준으로 올림픽 3위 이상 또는 아시아경기대회 1위 입상을 규정하고 있다.병역 의무가 남아 있는 남자 선수들에게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갖는 의미가 적지 않은 이유다.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강한 동기부여를 경기력 상승에 빗대 '면제로이드'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의학적 의미의 도핑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 병역 혜택을 둘러싼 동기부여가 선수들의 집중력과 투지를 끌어올리는 모습을 표현한 야구팬들의 은어다.물론 병역 혜택이 실제 경기력 향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 대표팀에는 아시안게임 5연패라는 팀의 목표와 한일전이라는 상징성, 여기에 선수 개인의 병역 문제가 동시에 걸려 있다.결국 이번 한일전은 단순히 어느 팀이 이기느냐의 문제를 넘어선다.프로 선수들로 구성된 한국이 일본 사회인야구 대표팀을 상대로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그리고 일본의 두꺼운 사회인야구 선수층이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발휘할지가 함께 주목된다.한국 야구의 아시안게임 5연패 도전과 일본 사회인야구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 프로와 사회인이라는 이름표 뒤에 숨은 실제 전력은 이날 저녁 도요하시의 그라운드에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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