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사이펀(발행인 배재경)이 삶의 굴곡과 세월의 깊이를 내밀한 서정으로 풀어낸 김정순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웃음도 장난도 없이'를 펴냈다.이번 시집은 1990년 등단한 김 시인이 오랜 시간 천착해 온 ‘연륜의 시학’이 한층 구체화된 작품집이다. 2018년 시집 '불면은 적막보다 깊다' 이후 써온 시편들을 묶은 것으로, 일상의 풍경과 사람, 기억과 고향, 나이 듦의 감각 등을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는 언어로 들여다본다.경남 사천에서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김 시인은 부산에서 활동하다 사천으로 옮긴 뒤 문학뿐 아니라 춤을 통해 지역 문화예술 활동에도 참여해왔다. 이후 다시 시에 집중하며 자신의 삶에서 길어 올린 경험과 감정을 시어로 다듬어왔다.시집에는 ‘횡단보도 앞의 봄’, ‘동백 자궁’, ‘웃음도 흠집을 남긴다’, ‘사십 계단을 넘어가다’, ‘꽃병과 약병’, ‘이순의 귀’, ‘늙은 감자’ 등 4부에 걸쳐 다양한 작품이 실렸다.특히 김 시인의 시에는 나이 듦에 대한 시선이 곳곳에 배어 있다. ‘횡단보도 앞의 봄’에서는 느린 걸음의 노인과 성급한 자동차, 봄꽃과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모습을 한 화면에 겹쳐 놓으며 오늘의 사회를 바라본다. ‘꽃병과 약병’에서는 식탁에 놓인 빈 약병에 들꽃을 꽂는 소박한 행동을 통해 사라져가는 젊은 날의 기억과 현재의 삶을 동시에 비춘다.‘이순의 귀’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예민해지는 감각과 지나온 삶에 대한 성찰을 풀어내며, ‘늙은 감자’ 등에서는 오래된 시간만이 품을 수 있는 삶의 맛과 연륜을 드러낸다. 화려하게 꾸미기보다 일상에서 마주한 장면 하나를 붙잡고 그 안에 삶의 의미를 새겨 넣는 것이 이번 시집의 특징이다.유홍준 시인은 비평에서 김정순의 시를 두고 “오래 매만지고 궁리하고 마침내 개조한 ‘리폼의 시’”라고 표현했다. 시인이 살아온 시간과 경험이 오려내고 덜어내는 과정을 거쳐 한 편의 시로 다시 태어났다는 의미일테다.도서출판 사이펀은 이번 시집을 통해 오랜 시간 자신의 언어를 가다듬어 온 한 시인의 내밀한 서정과 창작 연륜을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김정순 시인은 '겨울 강변에서', '불면은 적막보다 깊다', '변명' 등의 시집을 펴냈으며 부산시협상을 수상했다. 현재 경남 사천에서 창작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제 살 다 깎아 새끼들 키우느라/--/졸아든 할머니'처럼 자신의 지나온 인생이 궁금한 독자들에게는 공감과 공유가 넘실거릴 김정순 시인의 이번 시집이 필독이겠다. '웃음도 장난도 없이'는 136쪽, 1만2000원. 도서출판 사이펀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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