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권력, 명예처럼 눈에 보이는 것들을 좇느라 정작 삶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읽어볼 새 책이 출간됐다.오랜 시간 동양 고전의 언어와 사유를 탐구해온 최용민 저자가 신간 ‘노자 도덕경: 비우면 보인다(동문사)’를 통해 고전 ‘도덕경’을 오늘의 삶으로 불러냈다. 저자는 약 5000여 자, 81장으로 구성된 ‘도덕경’에 담긴 ‘도(道)·덕(德)·무위(無爲)·자연(自然)·무욕(無欲)’의 사상을 따라가며 현대인이 무엇을 좇고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를 되묻는다.지난 22일, 저자가 자주 이용한다는 동국대WISE캠퍼스 도서관 근처에서 그를 만나 도덕경 원저자인 노자 이야기와 책의 구성, 핵심사상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 책의 핵심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비움’이다. 저자에게 비움은 단순히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다. 욕심과 억지를 내려놓고 자신을 낮춤으로써 오히려 삶의 본질을 바라보는 태도다.저자는 ‘도덕경’에서 말하는 ‘도’를 단순한 지식이나 규범으로 해석하지 않고 시공을 초월하는 존재의 근원적 질서이며 그 도를 삶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 ‘덕’이라고 본다. “도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덕으로 전환해 실천하는 것이 훨씬 중요할 수 있습니다. 도와 덕을 함께 갖추는 것이 중요하지요”
‘무위’에 대한 해석도 이 책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노자는 서로 다투지 않고 평안한 사회를 위해 유위가 사라진 무위의 세상을 주장했다. 흔히 무위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며 억지로 무엇인가를 이루려 하지 않는 삶의 방식으로 풀이한다. 지나친 욕심과 개입을 줄이고 스스로를 낮추며 세상과 조화를 이루는 태도라는 것이다.그가 대표적인 구절로 꼽는 것은 도덕경 8장의 ‘상선약수(上善若水)’다.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는 뜻의 이 구절에서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사람들이 꺼리는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 저자는 이를 노자 철학이 말하는 삶의 태도를 가장 쉽게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한다.“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세상은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고 하지만 물은 낮은 곳에 처합니다. 자신을 낮추고 다투지 않으며 부드럽고 유연하게 살아가는 것이 노자가 말하는 삶의 방식입니다”저자는 이러한 노자의 철학을 개인의 삶에만 가두지 않는다. 도덕경에 담긴 통치와 사회에 관한 사유를 통해 현대사회의 소통과 리더십을 함께 들여다본다. 지나친 통제와 간섭이 오히려 사회를 경직시킬 수 있다는 노자의 가르침에서, 지도자가 자신을 낮추고 구성원과 소통하는 태도의 의미를 읽어낸다.‘유(有)’와 ‘무(無)’에 대한 해석 역시 책의 중요한 축이다. 인간은 눈에 보이는 ‘유’에 쉽게 마음을 빼앗기지만 저자는 그 이면의 ‘무’와 근원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유에 탐닉합니다. 그러나 유의 근본으로 들어가면 무가 있고, 그 바탕에는 도가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 좇다 보면 정작 근본을 놓치게 됩니다”그가 도덕경 1장을 특별히 중요하게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가도 비상도(道可道 非常道)’로 시작하는 첫 장은 책 전체를 이해하는 열쇠이면서도 가장 난해한 대목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저자는 이 구절에 등장하는 ‘도’의 의미를 서로 다른 차원에서 살피며, 노자가 말하는 도는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와 맞닿아 있다고 해석한다.이어지는 ‘명가명 비상명(名 可名 非常名)’은 이름 붙일 수 있고 설명할 수 있는 세계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를 묻는 문장이다. 저자는 이 구절을 비롯해 무명(無名)과 유명(有名)의 관계를 살피며 인간이 이름 붙이고 구분한 세계가 세계의 전부는 아니라는 점에 주목한다.이번 책은 도덕경 해설서에 머물지 않는다. 저자가 오랜 시간 노자의 언어를 붙들고 읽고 질문하며 얻은 사유의 기록에 가깝다. 특히 곽점본(죽간본)과 백서본, 왕필본을 저본으로 비교·분석하고 ‘도덕경을 잠언적·정치적·종교적 측면(김용옥, 오강남, A. C. Graham, Wing-tsit Chan 등)’에서 바라본 다양한 연구와 견해를 참고하면서 노자의 가장 본질적 사상에 접근했다. 그는 “도를 깨닫고자 하는 자는 매개자 없이 단독자로 다가서야 합니다. 인간이 만든 이름의 세계는 대체로 허상(虛像), 차별(差別), 대립(對立)을 만들기 때문이죠”라고 강조했다.그가 공자와 노자의 사상을 비교하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공자의 인·의·예가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인간의 도리를 강조한다면, 노자의 ‘도’는 보다 근원적이고 자연적인 차원의 사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두 사상을 우열로 나누기보다는 서로 다른 길을 통해 인간과 사회의 더 나은 모습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바라본다”고 말했다.저자는 ‘금강경’에 대한 관심도 함께 이어간다. 인간이 만들어낸 이름과 구분, 형상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그의 전작 ‘금강경강해(2019)’와도 맞닿아 있다. 결국 이름과 형상 너머의 본질을 바라보는 일,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되묻는 일이 이번 책을 관통하는 사유의 출발점인 셈이다.최 저자가 말하는 ‘비움’은 일상의 작은 공간에서도 이해할 수 있다. “비워져야 그 공간에 무엇인가 들어올 수 있습니다. 자신도 비워야 합니다. 돈과 권력과 명예가 중요한 가치라고 하지만, 그것이 언제나 가장 높은 가치는 아닙니다. 순리에 맞고 정당한 방법으로 얻은 것이 진정한 내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책에서 던지는 질문은 ‘무엇을 더 가져야 하는가’가 아니다. 오히려 ‘무엇을 내려놓아야 제대로 볼 수 있는가’에 가깝다. 빠르게 얻고,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말하는 시대에 노자의 오래된 문장은 의외로 현재적이다. "물처럼 낮은 곳으로 흐르고 억지로 다투지 않으며, 비움으로써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삶에 다름없습니다"
최용민 저자는 “나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노자의 ‘도’에 다가간다. 그리고 독자에게도 같은 질문을 건넨다. 어쩌면 비운다는 것은 삶을 덜어내는 일이 아니라 무엇이 진정 중요한지를 다시 발견하기 위해 잠시 마음의 자리를 비워두는 일이겠다.최용민 저자는 서울대학교에서 보건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부산대학교 대학원 심리학과 박사과정을 수학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진대학교 특임교수, 위덕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을 지냈다. 저서로 ‘금강경강해’, ‘사회복지행정론(공저)’ 등이 있으며, 네이버 블로그에서 ‘관도거사(觀濤居士)’라는 필명으로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