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항 친수 공원 수로에 상어가 출몰했다. '부캉'이라는 이름까지 얻은 이 상어를 보러 그동안 수 십 만 인파가 친수 공원으로 몰렸었다는 뉴스가 있다. 이곳을 찾은 많은 이들이 물속에서 유유히 노니는 이 상어를 바라보면서 정서적 위안까지 얻었단다.  그동안 얼마나 삶이 버겁고 팍팍하면 도심지에 느닷없이 나타난 상어 한 마리를 통하여 위로를 받을까. 부캉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노라니 문득 어느 남성이 생각난다.  그는 시계나 다름없다. 아침 7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아파트 헬스장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필자가 헬스장에서 매일이다시피 운동을 하며 목격하는 남자이다. 그는 검정색 정장을 단정히 차려입었다. 그리고 한 손엔 검은색 서류 가방을 들었다. 필자가 런닝 머신 위에서 한창 땀 흘리며 뛸 즈음이다. 그는 마치 학처럼 긴 다리와 떡 벌어진 어깨를 쫙 펴고 헬스장 앞을 힘차게 지나치곤 한다.   이 때 숨을 헐떡거리며 운동을 하다말고 헬스장 너른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남자의 발걸음을 유심히 바라보곤 했다. 그의 걸음걸이는 언제 봐도 당당하고 역동적이어서이다. 매일 아침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마치 갈기를 바람에 휘날리며 달리는 한 마리 명마(名馬)를 보는듯한 착각에 빠지곤 했다.  그 남자 나이는 대략 50대 중, 후반쯤 돼 보인다. 한 가정의 가장임에 틀림없다. 그가 짊어진 삶의 무게는 오른 손에 들린 서류 가방 속에 한껏 구겨 넣은 듯하다. 그의 양 어깨가 마치 깃털처럼 가벼워 보여서이다.   그러나 그제, 어제 이어서 오늘은 직장일로 힘든 일이 있었는가 보다. 아니면 몸이 성치 않은지 갑자기 며칠 동안 그의 양 어깨가 축 쳐졌다.   뿐만 아니라 땅만 굽어보며 힘없는 걸음걸이로 헬스장 앞을 지나친다. 그토록 반듯했던 그의 체형도 며칠 사이 형편없이 무너져서 구부정해졌다.  필경 그 남자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하다. 힘이 빠진 걸음이었다. 그 남자와는 일면식도 없다. 하지만 전과 달리 발걸음이 흐트러진 그의 모습에서 평소 볼 수 없었던 고단함이 묻어나는 듯하다면 지나친 연민이려나.  아니면 그는 가을이 찾아오자 계절을 타는 것일까? 남자도 여인처럼 가끔 마음의 생리를 한다고 하잖은가. 더구나 50대엔 남자도 갱년기에 접어든 나이이다. 젊은 여성들이 생리 기간에 마법에 걸리듯, 때론 남성들도 이와 똑 같은 심리적 현상을 겪는다고 한다.   특히 가을 이맘때쯤이면, 남자도 괜스레 센티멘탈 해질 때가 있다고 하잖은가. 어쩌면 그도 지금 가을이라는 계절 앞에서 심한 마음의 뒤척임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하루도 거르는 날 없이 여러 달 째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며, 이웃 남자의 아침 출근 모습을 훔쳐보게 된 것이다. 이 때 그의 출근 시 모습이 사흘 동안 전과 다르게 보이자, 얼마 전 뉴스 내용이 그 남자 모습에 오버랩 됐다.   다름 아닌 우린 어렸을 때는 입시 때문에, 적자의 삶을 산다고 했다. 또한 나이가 들면 인생살이가 더욱 적자란다. 결혼 하여 자식 양육과 교육에 전부 헌신하니 그럴 수도 있다. 나이 들어서는 다름 아닌 질병 때문에 병원비 지출이 많다보니 노년의 삶은 손해가 많은 듯하다.  이렇듯 삶에 찌든 탓에 현대인들 얼굴에선 웃음이 사라진지 오래이다. 거리를 걷는 이들 모습에선 좀체 활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어찌 이 뿐이랴. 늘 조급증에 시달려서인지 마음의 여유가 없다. 무엇이든 신속한 것을 좋아한다.   이 때문에 이젠 새벽 배송을 담당하는 택배가 삶 속 깊숙이 자리 하기도 했다. 대형 슈퍼마켓에서조차 물건들을 새벽 배송을 실시한다고 한다. 신선한 해산물, 축산물 등을 빠르게 소비자에게 배송하게 되면 그만큼 매출도 예전보다 많이 오를 것을 염두에 둔 전략이란다.   이런 뉴스를 대하자 외화(外畫)에서 자주 봤던 외국인들의 유유자적한 삶이 부러웠다. 외국 인들은 서두르는 게 없다. 미국의 경우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으면 한 달 이상 걸려야 인화가 된단다. 우린 어떤가. 하다못해 국밥집에 가서도 빨리 음식이 안 나온다고 재촉하기 일쑤이다.   또한 외국인들은 참으로 삶 자체가 행복해 보인다. 시간만 나면 지인 및 이웃들과 파티를 열잖은가. 파티에서 악기도 연주하고 노래도 부르며 춤까지 추는 그들 아니던가. 심지어 그들은 죽음을 목전에 둔 시한부 환자일 경우만 해도 그렇다. 곁의 사람에게 개그에 가까운 농담까지 주고받으며 자신의 비참한 현실을 매우 느긋하게 받아드리곤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을 항상 돈 벌이에 대한 강박관념에 갇혀 지내는 기분이다. 날만 새면 치열한 생존경쟁에 시달리다 보니 늘 쫓기는 삶이다. 아무리 열심히, 혼신의 힘을 다하여 삶을 살아도 살림살이는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에 더더욱 그런가 보다.  혹시 그 남자의 현재 처지가 필자가 언급한 위 추측 중 단 한 가지에라도 해당이 된다면, 하루쯤 부산의 상어 부캉이를 보고 오면 어떨까? 권하고 싶다.   그러고 보니 필자역시 경쾌한 음악을 틀어놓고 춤의 스텝이라도 한바탕 신나게 밟아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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