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시작된 청년층의 고립·은둔이 30대 중후반까지 이어지는 '고립의 장기화'가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취업 실패와 경력 공백으로 사회와 단절된 청년들이 나이가 들면서 부모 세대의 고령화까지 맞물리고 있어, 개인의 취업 문제로만 여겨졌던 청년 고립·은둔이 가족의 생계와 돌봄을 위협하는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5일 한국경제인협회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청년 은둔화의 결정요인 및 사회경제적 비용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의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2024년 기준 국내 은둔 청년은 약 53만78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은둔 청년은 임신, 출산, 장애의 사유를 제외하고 거의 집에만 있는 만 19∼34세 청년층을 일컫는다. 2024년 은둔 청년 규모는 전체 청년층의 5.2% 수준인데 2022년 실태조사 당시 2.4%였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2년 사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고립된 채 살아가는 청년층의 규모만 커진 것이 아니라 이들 은둔 청년의 고립 기간도 길어지는 모양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청년 은둔 양상의 변화와 정책 과제' 보고서를 보면 2022년과 2024년 청년 삶 실태조사를 비교했더니 은둔 상태가 지속된 기간이 '7년 이상'인 비율이 4.0%에서 6.0%로, '3년 이상∼5년 미만'이 5.4%에서 10.8%로 높아졌다. '5년 이상∼7년 미만'은 2.6%로 같았다.은둔의 주요 원인으로는 노동시장의 변화된 특성이 꼽힌다. '일자리'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2022년 기준으로 은둔 청년이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 주된 이유 1순위는 '기타'로 이유를 특정하기 어렵거나 여러 이유가 뒤섞인 경향이 있었는데 2024년에는 취업의 어려움을 꼽은 응답률이 41.1%로 가장 높았다. 이에 더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 청년 가운데 '쉬었음' 청년의 은둔 확률은 17.8%로 취업 청년(2.7%)의 6.6배에 달했다. 실업 청년의 경우 구직 1개월 차에는 은둔 확률이 15.1%였지만, 42개월 차에는 50.1%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전문가들은 노동시장의 복잡한 변화가 이런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입직원 채용은 줄어드는 반면 경력·수시채용이 늘면서 노동시장 밖에 있던 청년이 일자리를 얻기가 예전보다 쉽지 않아졌고, 인공지능(AI) 기술의 확산으로 청년층이 특별한 경험 없이 수행할 수 있었던 업무도 줄고 있다. 여기에 더해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얻지 못해 불안정한 직장을 전전하다 보면 다시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 은둔을 택할 가능성도 커진다.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통 첫 직장에서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게 되면 고립에 빠지기 쉽다"며 "일본식 히키코모리 유형의 요소도 있겠지만, 최근 우리나라 고립 청년을 보면 노동시장 입장·퇴장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문제는 이러한 고립이 장기화하면 당사자뿐 아니라 부모 세대의 고령화와 맞물려 가족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20대 중후반으로 고립·은둔 이슈의 중심에서 주목받았던 이들은 이제 30대에 접어들었는데, 청년기에 시작된 고립이 중년기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고립의 장기화'가 가시화하고 있다. 특히 이들의 부모 세대인 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4∼1974년생)가 은퇴를 앞둔 점을 고려하면 부모 세대의 고령화로 경제적·돌봄 기반이 사라지는 순간 은둔 청년과 그 부모의 생계·주거·의료 문제가 한꺼번에 불거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