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군 기성면 구산항 어민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수년째 반복되는 모래 퇴적으로 항내 수심이 낮아지면서 어선 입·출항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데다, 갯바위와 마을어장까지 모래에 덮이면서 어민들의 생업 기반마저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고령층 2-3명이 구산항 유지 준설사업에 반대입장을 밝힌 데 이어 이곳 출신 황현철 울진군의회 부의장이 대규모 준설사업의 재검토를 요구하면서 논란이 정치적 문제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특히 일부 어민과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황 군의원의 반대 발언이 배후에 정치적 개입으로 비쳐 지고 있다는 불만까지 나오면서 지역사회 내부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다만 실제 구산 이장을 비롯해 기성면 발전협의회, 해수욕장번영회, 자망회, 어촌계, 해녀단체, 부녀회외 등은 어민생존권이 달린 준설사업에 적극 지지하며 나선 가운데 정치권과의 분쟁에 난색을 표하며 “정치적 논쟁으로 생존이 걸린 준설사업이 더 이상 지연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배가 못 다니는데 어떻게 조업하나”…어민들 절박구산항의 현재 항내 수심은 어민들이 체감하기에 약 1.8~2m 수준으로 알려졌다. 특히 방파제 입구부터 모래가 쌓이면서 어선과 소형 선박들이 입·출항할 때마다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보트가 전복되는 사고까지 발생했으며, 어민들은 낮은 수심과 관련된 안전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구산항 어민들은 “우리는 바다에 나가야 먹고사는 사람들”이라며 “항구에 배가 안전하게 드나들지 못하면 조업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어선의 안전한 입·출항과 안정적인 항구 이용을 위해서는 내항 수심 7~8m, 외항 수심 15m를 유지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내항은 어선의 이동·접안·정박에 필요한 수심을 확보하고, 외항과 항구 진입부는 원천적인 퇴적을 예방하고 주변 해양생태계 서식환경의 개선,파도에 따른 선박의 움직임과 선박 바닥 아래의 안전 여유를 고려해 충분한 수심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준설 이후에도 정기적인 수심측량과 퇴적 관리를 통해 확보한 수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한 어민은 “수심이 더 낮아지고 퇴적이 계속되면 결국 어민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며 “준설을 놓고 정치적인 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라 현장에 나와 어민들의 현실을 직접 눈으로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해녀들 “갯바위까지 모래에 덮여…생계가 무너진다”항로 문제만이 아니다.
구산항 주변 갯바위와 마을어장에서도 퇴적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 해녀들은 모래가 갯바위 상당 부분을 뒤덮으면서 사막화가 되고있어 미역·전복·해삼 등 수산자원이 크게 감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한 해녀는 “갯바위의 3분의 2 이상이 모래에 덮였고 해산물 생산량도 예전의 3분의 1 정도로 줄었다”며 “평생 바다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 바다는 삶 그 자체인데 지금은 생계가 막막하다”고 한숨짓고 있다.이영철 구산어촌계장은 “현재 마을 현안인 유지 준설사업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유지 준설은 국가어항의 기능을 회복하고 어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인 만큼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이 차질 없이 원안 되로 마무리 돼야 한다”고 밝혔다.어민들 “환경 우려는 검증하면 된다…하지만 생존권도 살펴야”환경영향평가법 제22조 및 동법 시행령에 따라 본 유지준설 사업은 평가 대상 사업의 기준에 미치지 않으므로 환경영향 평가대상 사업에 해당하지 않는다 단 공사 사업체는 “유지 준설하다 인근에 침식이 되면 허가조건에 양빈을 해준다”고 설명했다 어민들은 “환경도 중요하고 해수욕장도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바다가 곧 직장이고 삶”이라며 “문제가 있다면 전문가들이 검증하고 필요한 보완책을 마련하면 된다. 그렇다고 준설 자체를 늦추면 그 피해는 결국 어민들이 감당해야 한다”고 호소했다.특히 어민들 사이에서는 소수의 반대 의견과 정치권의 문제 제기가 전체 지역민과 어민들의 뜻인 것처럼 비쳐지는 데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한 지역민은 “몇몇 사람의 반대가 지역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확대돼서는 안 된다”며 “정말 해안침식이 우려된다면 과학적으로 검증하면 될 일이지, 그 과정에서 어민들의 생존권까지 뒷전으로 밀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법조항과 유지준설의 의견청취 절차는구분해야”물양장·방파제·방사제 등 기본시설이나 어선건조장·어구수리장 등 기능시설을 새로 확장하거나 축소하는 사업과 비교하면, 이번 유지준설은 퇴적물을 제거해 항로와 기존 어항의 기능을 유지하려는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사업 관계자 측 설명이다. 다만 준설도 어항개발사업에 포함될 수 있으므로, 사업 명칭만으로 의견청취 대상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사업 관계자 측은 이번 구산항 유지준설에 대해서는 별도의 마을 공청회나 의견청취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포항지방해양수산청으로부터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해당 사업에 관해 전달된 답변으로, 어항개발계획의 수립·변경이 수반되는 경우의 법정 의견청취 절차와 구분해야 한다.
▲“어촌계장의 건의는필요성을 알리는 자료…허가는관할청 판단”어촌계는 어항을 이용하는 지역 어업인들의 조직으로서 현장의 퇴적상황과 조업 여건을 파악해 준설 필요성을 건의할 수 있다. 통상 대표자인 어촌계장이 이를 전달하며, 구산항 사업 관계자 측이 설명한 추진 과정에서는 시행자인 수협이 필요성을 포항지방해양수산청에 보고하고 관할청이 현장 여건과 사업계획 등을 검토해 허가 여부를 판단한다.
이러한 흐름은 해당 사업의 추진 경위에 관한 설명이며, 모든 비지정권자 사업이 반드시 어촌계 건의와 수협 보고를 거쳐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법 제23조 제2항에 따라 지정권자가 아닌 자는 사업계획을 수립해 지정권자의 사업시행허가를 받아야 한다. 최종 행정적 판단은 법령상 권한을 가진 관할 행정기관이 내린다.
따라서 어촌계장 명의의 건의는 준설 필요성을 알리는 의견 또는 자료이지, 그 자체로 허가를 확정하거나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행정처분은 아니다. 건의서 제출과 허가 결정은 서로 다른 절차다.
“어촌계 명부는건의자료와 허가신청 서류를 구분해 살펴야”사업 관계자 측은 구산항 어촌계장이 2022년과 2025년 유지준설을 건의하면서 첨부한 어촌계명부에 대해, 허가신청에 필요한 법정 첨부서류가 아니라 사업의 시급성과 필요성을 강조하는 건의서의 부속자료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행령 제24조 제2항이 열거한 허가신청 첨부서류에는 어촌계명부가 명시돼 있지 않다. 다만 실제 명부가 단순한 회원 현황인지, 동의 의사를 나타내는 자료로 작성·제출됐는지는 원본과 제출 경위를 확인해야 한다. 법정 첨부서류인지 여부와 명부의 작성·사용이 적법했는지 여부는 서로 다른 쟁점이다. 어촌계 건의가 곧 전체 주민의 동의나 허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건의자료의 성격과 관할청의 심사·허가 판단을 구분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
▲“월송해변 침식과 준설 필요성은 구분…인과관계는 조사로 확인”구산항 항로의 퇴적과 안전수심 확보 문제, 월송해변의 침식 원인과 대응 문제는 구분해 다뤄야 한다. 항로 유지준설의 필요성을 검토하는 것과 해변 침식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은 각각 조사와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월송해변 침식을 곧바로 구산항 준설 탓으로 단정해서도 안 되며, 반대로 두 사안이 전혀 무관하다고 미리 결론 내려서도 안 된다.
일반적으로 연안침식은 태풍과 고파랑, 조류, 모래 공급량 변화, 해수면 변화, 방파제 등 구조물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준설 역시 위치·수심·규모와 주변 지형에 따라 모래 이동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월송해변과의 관계는 과거 해안선 변화, 준설 전후 수심측량, 해수유동·표사 이동 분석 등 현장자료로 확인해야 한다.
 
사업 관계자 측은 원문에서 이번 사업이 환경영향평가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과 함께, 인근 침식이 발생할 경우 허가조건에 따른 양빈을 시행한다고 설명했다.▲“정치적 논쟁보다 현장 생존권이 먼저”일부 어민과 지역민들은 최근 황 군의원의 5분 발언을 두고 정치권의 영향력이 준설사업에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그러나 정치권의 실제 개입 여부는 별도의 사실 확인이 필요한 만큼, 지역사회 갈등을 확대하기보다는 사업의 필요성과 환경적 영향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무엇보다 구산항에서 실제로 배를 운항하고 바다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어민들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이번에도 미루면 또 임시방편”…행정당국 결단 촉구구산항은 과거에도 항 입구에 모래가 쌓여 어선 입·출항이 어려워지면서 관계기관에 지속적으로 준설을 요청했던 곳이다.어민들은 그때마다 임시적으로 모래를 걷어내는 방식으로 버텨왔지만, 이제는 같은 상황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구산항 어민들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다. 국가어항이면 국가어항답게 배가 안전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며 “수십 년 동안 바다에서 살아온 어민들의 생존권을 정치적 논쟁의 대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이어 “환경에 문제가 있다면 검증하고 보완하면 된다”며 “검증과 보완책 마련을 병행하면서 현재 추진 중인 유지준설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구산항 유지준설사업은 이제 단순한 항로 정비사업을 넘어 어민들의 안전과 생존권, 지역 해양환경의 미래가 걸린 지역 현안이 됐다. 행정당국은 찬반 갈등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현장 조사와 전문가 검증, 주민·어민 의견수렴을 통해 합리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일부의 반대와 정치적 논쟁에 사업 전체가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장 어민들의 절박한 목소리다. 구산항 어민들의 이 절박한 호소에 행정당국이 어떤 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