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으로 고생해 본 분이라면 주변에서 흔히 세 가지 조언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밤에는 방을 어둡게 하고, 오후에는 커피를 줄이고, 낮에는 몸을 활발히 움직이라는 말입니다. 그저 뻔한 잔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이 세 가지 당부 속에는 우리 몸에 잠이 찾아오는 두 갈래 길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밤에 주변을 어둡게 하라는 것은 우리 뇌 깊은 곳에 자리한 생체 시계를 달래어 밤이 깊었음을 알리는 일입니다. 반면 낮에 부지런히 활동하고 커피를 멀리하라는 조언은 조금 다른 길, 즉 수면 압력이라는 물통을 관리하는 일과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가 아침에 눈을 뜨고 온종일 머리를 쓰며 활동하는 동안, 뇌세포는 끊임없이 에너지를 태우며 살아갑니다. 에너지를 쓰고 남은 찌꺼기가 바로 아데노신이라는 물질입니다. 낮에 몸과 머리를 부지런히 쓸수록 아데노신이 뇌에 차곡차곡 쌓이고, 수면 압력의 물통이 흘러넘칠 때쯤 우리는 비로소 졸음을 느끼게 됩니다. 
 
오후의 카페인은 바로 이 아데노신이 뇌에 신호를 보내지 못하도록 자리를 빼앗아 졸음을 가려버리는 훼방꾼입니다. 그동안 수면 압력의 물통을 채우는 유일한 방법이 그저 낮에 오랜 시간 깨어 활동하며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뿐이라고 믿어왔습니다.그런데 최근 과학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을 이용해 수면 압력을 높이는 놀라운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근적외선을 이마에 비추면, 빛이 두개골을 통과해 뇌세포 속 미토콘드리아를 자극하게 됩니다. 빛을 머금은 미토콘드리아가 평소보다 활기차게 에너지를 만들어내면, 그 부산물인 아데노신 역시 자연스럽게 뇌 속에 더 많이 쌓입니다. 오랜 시간 억지로 깨어 고된 활동을 하지 않아도, 약한 빛을 통해 수면 압력 물통에 물을 채우는 수도꼭지를 하나 더 여는 셈입니다.실제로 밤잠을 설치는 사람들의 이마에 근적외선을 비추었더니,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고 스스로 느끼는 수면의 질이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동물을 이용한 실험에서도 빛을 받은 뇌 속 아데노신 농도가 높아지며 깊은 잠이 늘어나는 현상이 확인되었습니다. 
 
다만 아무 때나 빛을 비춘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어서, 몸이 깰 준비를 하는 엉뚱한 시간에 자극을 주면 오히려 선잠을 자며 수면의 질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몸의 시계와 수면 압력 물통이 서로 박자를 맞춰야만 잠의 문이 열린다는 자연의 섭리를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잠을 쫓는 줄로만 알았던 빛이 도리어 잠의 무게를 더해준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늦은 밤 환한 형광등이나 텔레비전 앞에 오래 머물러도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오후의 커피를 줄여 아데노신의 자리를 지키고, 밤에는 주변을 어둡게 해 생체 시계를 보호한다는 기본 원칙은 변함없이 유효합니다. 
 
이번 연구는 평생 불면증 환자의 고통을 들여다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출신 의사 과학자가 이끌었습니다. 오직 수면 하나만을 깊이 파고든 그의 오랜 고민이 마침내 싹을 틔워, 조만간 근적외선을 이용한 수면 보조 용품도 세상에 선을 보인다고 합니다. 오늘 밤에는 억지로 잠을 청하려 애쓰기보다, 하루 동안 성실히 살아내며 쌓아 올린 졸음의 무게를 온전히 느끼며 편안하게 눈을 감아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