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간 잊혀졌던 포항 출신 서양화가 김홍(본명 김의일, 1936~1979)의 예술 세계가 작품과 아카이브 자료, 원로 예술가들의 회고와 증언을 통해 되살아난다.    박경숙아트연구소는 근대기 지역 문화예술인의 삶과 예술을 발굴·기록해 온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김홍의 작품과 생애를 조명하고 1970년대 포항의 문화예술 풍경을 되짚는 '영일만 푸른 영혼의 보헤미안 '포항 근대화가, 김홍展''을 마련한다.    박경숙아트연구소가 오랫동안 지역원로 예술가들의 구술과 기억 속에 머물렀던 지역 예술의 흔적을 기록과 시각 자료로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할 이번 전시는 오는 14일부터 23일까지 다락방미술관(꿈틀로 문화예술 창작지구 내)에서 개최된다.    전시에는 회화 14점, 원로예술가 회고 글 5점, 아카이브 자료 8여 점(팜플렛, 프로필 사진 등)을 선보인다. 전시 개막은 14일 오후 3시 다락방미술관 공개마당.    1970년대 5년 남짓 포항에서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다 간 김홍은 지역 최초 보헤미안적 삶을 살다간 화가다. 그의 기행들은 요즈음의 예술가들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자유로움과 번민에 대한 몸부림이었고 순수한 인간미는 흑백시대를 살아온 세대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존재다.   1936년 상주에서 태어난 김홍은 가난으로 홍익대를 중퇴한 후, 대구를 거쳐 1970년대 초반 경주에 머물다 포항에 왔고 송도에서 생을 마감했다. 김홍은 생전 서울, 부산, 상주, 대구, 경주, 포항에서 무려 18회 개인전을 펼쳐온 화가다.    1970년대 중반, 포항지역 문화예술의 환경은 공백기나 다름 없었다. 이 시기에 홀연히 포항에 나타나 숱한 기인적 행동과 작품 활동으로 포항 화단에 생기를 불어 넣은 김홍의 존재는 포항만이 가질 수 있는 인문학적인 스토리를 남기게 한 화가다.   1975년 포항의 첫 종합예술단체인 ‘흐름회(초대회장 한흑구)’의 초대전을 계기로 포항에 정착하게 된 김홍은 한흑구, 박영달, 손춘익, 신상률, 최성소 등 지역 초기 문화예술가들과 교류했다. 그는 작품 활동은 물론, 외부 예술인들을 불러들여 포항예술인들과 교류 역할과 함께 최초 전문 화랑인 ‘천마화랑(대표 최성소)’도 개관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또 재능있는 예술가들을 발굴해 스승을 찾아 주는 등 나름의 포항미술 발전에 역할을 했다. 그러나 작업에 대한 번민과 궁핍한 삶이 나아지지 않자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한 김홍은 소주에 소금을 찍어 먹었던 평소의 모습을 원로예술가는 기억하고 있다. 또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다니지 않고 허름한 옷 차림으로 경주와 포항을 오가면서 매번 효자 검문소에서 검문을 당해야 했다.    심천 한영구 서예가는 "김홍은 사회적 제도나 규범, 형식과는 거리가 아주 먼 사람이었고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다"고 회상한다. 김홍의 화풍은 신라토기에서 비롯됐는데, 심천 선생은 "김홍과 첫 만남에서 홍익대 재학시절 교수인 김환기의 ‘달 항아리’의 작품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전한다.    이후, 김홍 자신은 ‘신라 토기’를 잘 그리기 위해 대구에서 경주로 왔고 그의 작품엔 신라 토기의 정물화가 돋보인다. 1973~1975년 경주 천마총 발굴 당시 김홍은 작업 인부로 참여할 만큼 그의 경주의 사랑은 남달랐다. 작품 ‘천년의 시간’의 뒷배경은 천마총 발굴 당시의 감동을 배경 삼아 토기를 그린 정물화다.    포항에서는 죽도시장 고등어 생선의 푸른 ‘빛’에 매료돼 작품에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냉장고가 없던 시절이라 실현하지 못했다고 지역 원로예술인들은 회고했다.    김홍은 천년이라는 역사성의 상징인 신라토기와 포항 고등어의 푸른 빛의 신비로움 너머의 추상적인 세계를 늘 서성이고 방황했다. 이러한 사유의 세계는 극한의 궁핍이 가중되면서 더욱 술을 찾게 했고 44세의 젊은 나이에 죽음을 앞당기게 한 이유가 된다.    생의 마지막 시기에는 유화 물감을 석유에 섞어 사용하는 등의 극한의 빈곤 속에서도 한지에 추상적 이미지를 시도하는 등 작가정신을 잃지 않았다.    박경숙아트연구소 대표는 "김홍의 짧은 일생은 지역 원로 예술가들에게 안타까움의 여운들로 쌓여갔고 그 여운들이 마침내, 오늘의 이 전시회를 개최하게 된 동력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시는 허무하게 사라져간 지역 근대 화가 김홍의 ‘빛’을 소환해 현재 지역민의 ‘빛’과 교감 할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1970년대 지역 인문학을 재발견하는 전시이자 김홍의 예술성을 조명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