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가 한창 나올 때면 장터는 물론 식당과 술집까지 손님이 늘어 모처럼 지역 상권에 활기가 돌았는데, 올해는 송이 구경도 어렵고 찾아오는 손님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전국적인 송이 산지로 이름난 영덕군이 송이버섯 흉작 우려에 울상을 짓고 있다. 송이를 사려는 소비자들로 북적여야 할 판매장은 한산하고, 송이 산주와 상인들은 물론 가을철 특수를 기대했던 식당과 술집까지 매출 감소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지난 12일 오후 영덕군 영해면 영해휴게소에 마련된 송이버섯 판매장. 예년 같으면 제철 송이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이날은 판매 부스 주변이 비교적 한산했다. 송이 철이면 지역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던 계절 특수가 올해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모습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판매상은 “올해 송이 생산량이 지난해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며 “지난해 대형 산불 피해에 폭염 등 기상 악재까지 겹치면서 송이 작황이 크게 나빠져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실제 영덕의 송이 생산 현황은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영덕산림조합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올해 영덕 송이버섯 누적 공판량은 1934㎏, 판매액은 7억4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공판량 18t, 판매액 34억원과 비교하면 현재까지 생산·판매 실적은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다만 올해 공판이 지난달 21일 시작된 만큼 연간 실적은 향후 생산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영덕 송이 산주들의 시름이 깊어진 데는 지난해 3월 발생한 초대형 산불의 영향도 크다. 당시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안동·청송·영양·영덕 등으로 번졌고 5개 시·군의 산림 피해면적은 9만9289㏊에 달했다.
국내 송이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영덕은 산불 이후 송이 생육 환경 훼손이라는 장기적인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산림 피해에 따른 생산 기반 약화에 폭염과 기온 변화 등 날씨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송이 산주들의 소득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상 여건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비가 내리면서 송이 발생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면서 생육에 불리한 조건이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송이 발생 시기의 기온과 강수 등 자연조건이 생산량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향후 날씨가 작황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송이 흉작의 여파가 산주와 판매상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송이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가을철이면 외지 소비자와 관광객의 방문이 늘면서 인근 식당과 술집, 숙박업소 등에도 소비가 확산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송이 장터부터 한산한 모습을 보이면서 지역 상권이 기대했던 계절 매출마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송이를 매개로 형성되던 지역 소비의 연결고리가 약해질 경우 영세 상인들이 체감하는 타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송이 생산량 감소가 농가 소득 저하를 넘어 지역경제 전반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나마 이달 중·하순 기상 여건이 개선되면 추가 출하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남아 있다. 산림조합 관계자는 “현재까지 1·2등품은 생산되지 않았고 등외품도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며 “앞으로 좋은 품질의 송이가 많이 나와 산주들의 소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영덕군도 송이 산지의 명성을 지키기 위한 복원 사업에 나서고 있다. 산불로 훼손된 송이 생육 환경을 회복하기 위해 매년 3㏊ 규모의 소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산불 피해 송이 농가 190여 곳 가운데 상당수는 두릅과 더덕 등 대체작물 재배를 병행하고 있으며, 군은 대체작물 지원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영덕군은 영덕IC 입구와 7번 국도 영해휴게소 등에 송이장터를 마련해 다음 달 1일까지 운영할 방침이다. 생산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산주와 상인들에게는 남은 판매 기간이 중요한 기회가 될 전망이다.
전국적인 송이 산지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산불 피해와 기상 악재가 겹치면서 영덕의 가을 풍경이 예년과 달라지고 있다. 송이장터의 한산함이 단순한 농산물 흉작을 넘어 지역 상권의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산림 복원과 농가 지원은 물론 지역 소비를 살릴 실효성 있는 대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