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명이 숨지는 등 역대 최대 피해를 낸 경북산불의 발화 원인을 제공한 과수원 임차인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대구지법 형사항소2-1부는 16일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 모 씨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120시간 명령도 그대로 유지됐다.재판부는 대규모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면서도 피고인에게 산불 피해 전체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재판부는 극도로 건조한 날씨와 강풍, 다른 발화 지점에서 시작된 산불 등 피고인이 예견하거나 통제하기 어려운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산불로 발생한 인명 피해와 정 씨의 행위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입증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특히 “피고인의 잘못으로 엄청난 손해가 발생해 실형을 선고하고 구속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도 피해의 중대성만으로 모든 결과를 피고인에게 책임지우는 것은 책임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정 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과 유사한 산림 실화 사건에서 실형이 선고된 사례가 드문 점 등도 양형에 고려됐다.재판부는 정 씨에게 “바람이 많이 부는 날 쓰레기를 반드시 태워야 했느냐”며 “앞으로 상당한 경각심을 갖고 조심하며 살아가라”고 지적했다.공소청은 1심 형량이 지나치게 가볍다며 항소했으며 결심공판에서 법정형 상한인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산림보호법은 과실로 다른 사람의 산림을 태우거나 자기 산림을 태워 공공을 위험에 빠뜨린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정 씨는 2025년 3월22일 오전 11시44분께 의성군 안계면 용기리 과수원에서 영농 부산물을 태운 뒤 불씨가 완전히 꺼졌는지 확인하지 않고 현장을 떠나 산불을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당시 의성군 안계면과 안평면 두 곳에서 시작된 불은 강풍을 타고 안동·청송·영양·영덕 등으로 번졌다. 산림당국은 149시간 만에 주불을 진화했다.산불로 의성·안동 등 경북 5개 시·군에서 27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 피해 면적은 9만9289㏊에 달했으며 이재민도 3500여 명 발생했다.또 다른 발화 지점인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에서 조부모 묘 주변 어린나무를 태우다 산불을 낸 혐의로 기소된 신 모 씨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