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수준으로만 보면 우리나라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고 평가받는다. 다만 세계사에 유례없는 초고속 압축 성장 탓인지 사회의식 전반에서도 선진국 수준에 올랐냐는 대목에 이르면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특히 서구 선진국과 비교할 때 눈에 띄는 차이는 '제복 입은 사람들'(Men in Uniform)에 대한 인식과 예우다. 군인·소방관·경찰에 대한 사회적 존경과 처우가 다른 선진국들보다 많이 떨어진다.글로벌 스탠더드를 주도하는 미국의 사례를 보자. 미국의 주요 항공사들은 군복 입은 군인이 비행기를 탈 때 무료 좌석 업그레이드와 우선 탑승 혜택을 준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제복 공직자들의 주거, 교육, 의료 지원과 법적 보호를 위해 재정을 아끼지 않는다. 다른 서구 선진국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영국은 법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 기업과 단체는 군 출신에 채용 우대, 주택 보증금 무이자 대출 등을 제공한다. 캐나다도 제복 공직자들이 공무 수행 중 숨지면 지원금과 자녀 대학 등록금을 준다. 호주는 퇴역 군인에게 각종 세금을 감면한다. 이처럼 서구 선진국들에선 제복 입고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공무원들을 공동체를 지탱하는 '공기'나 '물'로 인식한다. 무엇보다 그들을 사회 주인공으로 특별 대우하는 문화가 있다. 주택, 교육, 의료 등에서 뚜렷한 혜택을 줄 뿐 아니라 가족들도 우대한다. 그런데 누구도 "왜 저 사람들만 집을 주고 학비를 주느냐"고 항의하지 않는다. 제복과 공권력이 존경을 잃고 무너지는 나라는 유지될 수 없으며, 그 피해는 결국 자신들에 돌아온다는 걸 잘 알아서다. 그런데 우린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최근 한 도백(道伯)이 소방 분야에 대해 드러낸 인식과 이후 이어진 논란을 지켜보며 든 생각이다. 목숨 걸고 화재를 진압하고 각종 사고 현장에서 소중한 인명을 구해내는 소방관 직종을 '재정 빨대'로 비유한 건 도를 넘었다. 게다가 실언하고도 사과조차 미루다가 마지 못한 듯 "사과를 바라시니까"라며 사과한 건 진정성마저 의심케 했다. 큰일을 맡은 고위 공직자가 제복 공무원들을 이 정도로 여긴다면 일반 국민들의 인식이 더 나아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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