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1심에서 시장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서울고법 형사7부는 2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오 시장 후원자인 사업가 김한정씨도 무죄를 선고받았다.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김씨가 조사 비용 3300만원을 대신 지급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1심은 명씨가 실시한 여론조사 10건 가운데 5건을 오 시장이 의뢰했고 김씨가 비용 2100만원을 대신 지급했다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다.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오 시장의 여론조사 의뢰와 비용 대납 요청을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인 명씨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봤다.재판부는 명씨의 진술에 추측이나 과장이 섞여 있고 객관적인 통화 기록이나 주변 인물의 진술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명씨가 오 시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점과 당시 두 사람의 관계 등도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근거로 삼았다.항소심에서 새로 증거로 채택된 명씨와 김씨의 2021년 3월 통화 녹음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이 녹음 내용 등을 토대로 오 시장이 김씨에게 여론조사 비용 대납을 요청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재판부는 김씨가 명씨 측에 돈을 지급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오 시장이 명씨에게 구체적인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그 대가를 지급하려 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민중기 특별검사팀은 항소심에서도 오 시장에게 징역 1년6개월과 추징금 3300만원을 구형했다.특검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노수 특검보는 명씨 진술 외에도 오 시장 측 관계자들의 대화와 관련 자료 등 여러 증거가 있다며 대법원에서 판결을 다투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오 시장에 대한 무죄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오 시장은 선고 뒤 “늦었지만 진실은 결국 제자리를 찾았다”며 “사필귀정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또 재판으로 국민과 서울시민에게 심려를 끼쳤다며 시정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항소심 판결을 ‘사필귀정’이라고 평가하며 특검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명씨 진술에 의존한 특검의 수사와 기소가 잘못됐다는 취지로 비판했다.더불어민주당은 판결에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이유로 1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은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도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판결이라며 특검에 즉각 상고할 것을 촉구했다.1심에서 시장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았던 오 시장은 항소심 무죄로 정치적 부담을 크게 덜게 됐다. 다만 특검이 상고 방침을 밝힌 만큼 최종적인 유무죄 판단은 대법원에서 가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