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 고리원전 3·4호기의 계속운전이 허가되면서 경주 월성원전 2·3·4호기의 향후 운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설계수명이 끝났다는 이유만으로 원전을 폐쇄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성이 확인되면 계속운전을 허용한다는 원칙이 다시 확인된 만큼 이제 정부는 월성원전 문제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고리 3·4호기는 가압경수로, 월성 2·3·4호기는 캐나다형 가압중수로로 노형이 다르다. 따라서 고리의 허가가 곧 월성의 허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중수로는 핵심 설비인 압력관을 점검하고 필요하면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고 캐나다에서도 주요 설비 교체를 거쳐 장기운전하는 사례가 축적돼 있다. 결국 계속운전 여부는 원전의 나이가 아니라 설비의 건전성과 안전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월성 2·3·4호기의 계속운전은 경주지역 경제와도 직결돼 있다. 경주시는 3개 호기가 모두 멈출 경우 지역자원시설세와 법정지원금이 연간 177억6000만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한다.    한수원은 10년간 계속운전할 경우 세수와 지원금, 고용 등을 포함한 지역환원 효과가 약 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협력업체를 포함해 3000여명이 근무하는 만큼 지역 고용과 상권에 미칠 영향도 크다.  동경주 주민들의 요구도 분명하다. 월성 1호기 영구정지 이후 지역경제 위축을 경험한 주민들은 무조건적인 수명 연장이 아니라 안전성 검증을 전제로 조속한 계속운전을 요구해 왔다. 주민공청회에도 670명이 참석해 안전과 지역발전을 함께 보장해 달라고 촉구했다. 정부가 이런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다음달 1일 운영허가가 끝나는 월성 2호기는 행정절차 지연으로 가동 공백이 불가피하다. 안전성 심사는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 그러나 안전성 검증과 행정 지연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필요한 심사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는데도 절차를 늦춰 정상 운전이 가능한 원전을 세워두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정부와 한수원, 원안위는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에너지 안보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 지역경제를 고려해 필요한 설비를 보강하고 안전성이 입증된다면 월성 2·3·4호기의 계속운전을 신속히 허가해야 한다. 정치적 눈치를 보며 결정을 미루는 것이야말로 가장 무책임한 선택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또 다른 검토가 아니라 과학과 안전을 바탕으로 한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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