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 고리원전 3·4호기의 계속운전이 허가되면서 설계수명 만료를 앞둔 경주 월성원전 2·3·4호기의 계속운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리와 월성은 원자로 노형이 달라 별도의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지만 설계수명이 끝난 원전도 안전성이 확인되면 계속운전할 수 있다는 규제 기조가 다시 확인됐다는 점에서 월성에도 긍정적인 신호라는 분석이다.원자력안전위원회는 27일 제2026-17회 회의를 열어 고리 3·4호기 계속운전 허가안을 찬성 5명, 반대 2명으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고리 3호기는 2034년 9월, 4호기는 2035년 8월까지 운전할 수 있게 됐다.설계수명이 끝난 원전의 계속운전 허가는 2008년 고리 1호기, 2015년 월성 1호기, 2025년 고리 2호기에 이은 네 번째 사례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는 고리 2호기에 이어 두 번째다. 원안위는 설비 개선 등 후속 조치를 현장에서 확인한 뒤 고리 3·4호기의 재가동을 승인할 예정이다.관심은 월성 2·3·4호기로 향한다. 월성 2호기는 다음달 1일, 3호기는 내년 12월 29일, 4호기는 2029년 2월 7일 각각 30년의 운영허가 기간이 끝난다. 세 원전 모두 700㎿급이다.다만 고리 3·4호기 허가로 월성 2·3·4호기의 계속운전이 곧바로 쉬워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고리 3·4호기는 가압경수로(PWR), 월성 2·3·4호기는 캐나다형 가압중수로(PHWR·CANDU-6)로 노형이 달라 안전성 심사에서 중점적으로 검증해야 할 설비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월성 중수로는 핵심 설비인 압력관을 점검하고 필요하면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캐나다에서는 CANDU 원전의 압력관과 연료채널 등을 교체한 뒤 장기운전하는 사례가 축적돼 있고 국내에서도 월성 2·4호기의 관련 정비 경험이 있다.원전업계에서는 이 같은 중수로의 설비 특성과 해외 장기운전 경험을 감안하면 노형 차이가 월성 2·3·4호기에 반드시 불리한 요소만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필요한 설비 교체와 보강을 통해 안전성을 입증할 경우 계속운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월성 2·3·4호기는 계속운전을 위한 주기적안전성평가와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주민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했지만 운영변경허가 신청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한수원은 연내 신청을 추진하고 있어 다음달 1일 운영허가가 끝나는 월성 2호기는 계속운전 허가 전까지 가동 공백이 불가피하다.계속운전 여부는 경주시 재정과 동경주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경주시는 월성 2호기가 멈추면 지역자원시설세와 법정지원금이 연간 58억5000만원, 2·3호기는 119억4000만원, 2·3·4호기가 모두 정지하면 연간 177억6000만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세 원전이 계속운전하면 이 규모의 세수와 지원 재원을 유지할 수 있는 셈이다.한수원은 주민공청회에서 월성 2·3·4호기가 10년간 계속운전할 경우 지원금과 세수, 고용 등을 합친 지역환원 효과를 약 5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월성본부에는 협력업체를 포함해 3000여명이 근무하고 있어 원전 가동 여부가 지역 고용과 상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동경주 주민들은 월성 1호기 영구정지 이후 지역경제 위축을 우려하며 월성 2·3·4호기의 안전성 검증과 계속운전 절차를 서둘러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문무대왕면과 양남면 등에서는 주민단체들이 계속운전 촉구 현수막을 내걸고 정부와 한수원에 조속한 절차 진행을 요구했다.2025년 4월 문무대왕면에서 열린 월성 2·3·4호기 계속운전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주민공청회에는 동경주 주민 등 670명이 참석했다. 주민들은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확보하면서 계속운전이 일자리와 지역발전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요구했다.지역사회에서는 원전과 가장 가까운 곳에 사는 주민들이 안전성 검증을 전제로 계속운전을 요구해 왔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민들의 지속적인 요구가 월성 2·3·4호기 계속운전 문제를 공론화하고 관련 절차 이행을 촉구하는 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고리 3·4호기 허가로 월성 2·3·4호기의 계속운전 논의도 중요한 분기점을 맞았다. 노형 차이에 따른 별도 안전성 검증은 필요하지만 중수로 장기운전 경험과 지역경제 효과, 주민들의 지속적인 요구가 맞물리면서 향후 원안위 심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