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산업전환은 설비와 교육 지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독일 TraWeBa의 기업·연구기관 연결 사례를 참고해 구매 수요 확인부터 시제품 검증과 유상 공급까지 이어지는 정책을 제안한다. 구매자와 공급자, 기술지원기관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반복 주문과 수익성·고용·근로자의 경력 전환을 실제 성과로 확인해야 한다.기업에 새로운 설비가 필요하다는 말과 그 설비로 만든 제품이 팔린다는 말은 다르다. 기술을 배우고 공정을 바꾸어도 고객이 요구하는 성능과 가격을 맞추지 못하면 투자는 부담으로 남는다. 경주의 기업지원은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와 함께 누가 어떤 조건으로 구매할 것인지를 물어야 한다.산업전환은 역사문화관광도시의 역할과 함께 추진할 과제이다. 시민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서는 관광 외에도 지속적인 일감과 경력을 쌓을 기반이 필요하다. 기존 제조기업의 가공·생산·품질관리 역량을 새로운 수요와 연결하는 것이 현실적인 출발점이다.독일의 ‘트라베바(TraWeBa)’는 기업이 혼자 전환을 탐색하는 부담을 줄이는 사례이다. 배터리의 소재·생산·재활용·재사용 분야에서 기업과 연구기관을 연결하고 기술과 시장기회를 찾도록 돕는다. 공식 홈페이지에 안내된 사업기간은 2022년 11월부터 2026년 12월까지이다. 경주가 참고할 부분은 기업의 실제 문제와 연구역량을 연결하는 기능이다. 다만 이 사례가 구매계약이나 매출 증가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구매 수요 선행형 산업전환 계약’은 이러한 연결에 구매자의 검증과 유상 공급을 결합하는 정책이다.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의 불확실성을 단계별로 줄이자는 제안이다. 기존 지원사업에 유사한 기능이 있다면 별도 조직보다 구매 참여와 검증 조건을 보완하는 편이 타당하다.첫 단계는 실제 구매 수요의 확인이다. 경주와 포항·울산 등의 기업이 필요한 제품과 구매 시기를 조사하고 규격·시험 기준·예상 물량·목표 가격·납기·공급업체 등록 조건을 확인한다. 단순히 공급처를 알아보는 단계인지, 시험구매 예산이 있는지, 검증 후 본계약을 검토할 수 있는지도 구분해야 한다. 관심 표명과 유상 주문을 같은 성과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가령 외동의 금속부품 기업이 기존 주문 감소에 대비해 새로운 제품을 찾는다고 생각해보자. 구매기업이 요구하는 치수와 내구성, 생산 이력 기준을 확인하기 전에 설비부터 구입하면 투자 방향을 잘못 잡을 수 있다. 기존 장비로 시제품을 제작하고 성능을 시험한 뒤, 소량의 유상 공급으로 납기와 불량률, 실제 원가를 확인한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반복 주문 가능성과 필요한 설비 규모를 판단한다.계약과 지원도 단계에 맞춰야 한다. 초기 협약에는 구매기업의 평가와 자료 제공, 공급기업의 개발계획, 기술지원기관의 시험 역할을 담는다. 유상 시험에는 물량·가격·검수·대금 지급을, 본 공급계약에는 품질 책임·납기·주문 변경·종료 조건을 정한다. 초기 협약이 판매 보증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지자체는 수요 분석과 기업 진단, 시제품과 성능 검증을 지원하고 실제 공급 조건이 확인된 경우 공정 개선을 검토한다. 큰 투자에 앞서 공동 시험장비와 외부 가공을 활용할 수 있는지도 살핀다. 구매기업은 평가 일정과 담당자를 정하고 요구 변경에 따른 비용과 기간을 협의한다. 공급기업 역시 자기부담과 품질 책임을 지며 비용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기술지원기관은 필요한 시험과 개선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한다. 다만 그 평가를 법정 인증이나 구매자의 최종 승인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개발 과정의 지식재산과 영업정보 사용 조건도 미리 정해야 한다.기존 지원과의 차이는 도착지에 있다. 장비 설치와 교육 수료를 넘어 유상 공급과 재주문, 수익성이 유지되는지 확인한다. 구매 조건이 명확해지면 불필요한 투자와 시장 탐색 비용을 줄이고 생산과 인력을 계획하기 쉬워진다. 그러나 납품이 늘어도 원가와 금융비용이 더 크게 증가하면 이익은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시민에게 돌아가는 효과는 고용과 경력에서 확인해야 한다. 재교육은 실제 맡을 직무와 연결하고 근무시간·보수·교육비 부담을 함께 설계한다. 자동화로 줄어드는 업무와 재배치, 임금과 근로시간의 변화도 살펴야 한다. 기업 경쟁력과 근로자의 생활 안정이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실행은 구매 수요가 구체적인 소수 과제에서 시작한다. 시험 결과와 원가, 구매 의향이 충분하지 않으면 보완하거나 종료하고, 지원 이후에도 자체 거래가 이어지는지 확인한 뒤 확대한다. 성과표에는 수요 확인·유상 시험·본계약·재주문을 구분하고 수익성·대금 회수·고객 집중도와 근로자의 임금·고용기간·직무 변화를 기록한다. 기존 매출 감소를 제외하거나 같은 주문을 여러 사업의 성과로 중복 계산해서는 안 된다.구매 취소와 시험 실패, 특정 고객에 대한 의존 위험은 남는다. 지자체는 판매와 손실을 보장하기보다 불확실성을 줄이고 참여 주체가 책임을 분담하도록 해야 한다.산업전환은 경주의 기업이 다음 주문을 확보하고 이익을 남기며 수행하고, 시민이 필요한 기술과 경력을 쌓을 때 현실이 된다. 새로운 기계를 들이기 전에 고객의 요구를 확인하자는 것은 투자와 일자리가 지속될 조건을 먼저 만들자는 제안이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