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단 조절을 시작하면 처음 몇 주는 체중계 숫자가 순조롭게 내려갑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섭취량은 그대로인데 숫자가 멈춥니다. 이른바 정체기입니다. 의지가 약해졌다고 자책하기 쉽지만, 실은 몸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중입니다. 섭취 열량이 줄면 몸은 기근이 닥쳤다고 판단하고 소모 열량부터 줄입니다. 수입이 줄어든 가계가 난방비부터 아끼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몸에서 난방을 담당하는 곳이 갈색지방입니다. 백색지방이 잉여 에너지를 저장하는 창고라면, 갈색지방은 에너지를 연소해 열을 내는 보일러입니다. 현미경으로 보면 둘은 형태부터 다릅니다. 백색지방세포는 커다란 지방 방울 하나가 세포 전체를 차지하고, 갈색지방세포는 잘게 나뉜 지방 방울 사이로 미토콘드리아가 밀집해 있습니다. 성인에게도 목과 쇄골 주변에 남아 있으며, 추우면 활성화되고 절식하면 위축됩니다.음식을 먹으면 장에서 인크레틴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GLP-1과 GIP입니다. 둘 다 인슐린 분비를 돕고, GLP-1은 뇌에 작용해 포만감을 줍니다. 위고비는 GLP-1 하나만 모방한 약이고, 마운자로는 두 호르몬의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체중 감소의 주된 기전은 식욕 억제입니다. 주목할 점은 GIP 수용체가 지방세포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마운자로가 지방조직에 직접 작용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여기서 출발합니다.스페인 연구진이 비만 생쥐로 이 의문을 검증했습니다. 한 그룹에는 12일 동안 약을 주사했습니다. 다른 그룹에는 약을 주지 않고, 약을 맞은 생쥐가 먹은 만큼만 사료를 주었습니다. 먹은 양이 같으니 두 그룹의 차이는 오로지 약에서 비롯됩니다. 체중은 두 그룹이 거의 똑같이 줄었습니다. 차이는 다른 지표에서 드러났습니다. 적게 먹기만 한 생쥐는 갈색지방 부위 온도가 1도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보일러 온도를 낮춘 것입니다. 약을 맞은 생쥐는 적게 먹고도 체온이 평상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조직 소견에서 그 원인이 확인되었습니다. 약을 맞은 생쥐의 갈색지방세포는 지방 방울이 현저히 작아져 있었습니다. 비축한 연료를 소진한 흔적입니다. 발열 단백질과 미토콘드리아의 양이 증가했고, 유전자 변화의 5분의 1가량은 한랭 자극을 받은 갈색지방의 변화와 일치했습니다. 사람의 갈색지방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지 임상시험이 진행 중입니다. 갈색지방은 혈당과 지질 대사를 조율하는 신호를 분비하는 기관이니, 마운자로의 대사 개선 효과가 GLP-1 단독 약보다 큰 이유 가운데 하나일 가능성이 있습니다.약 없이 보일러를 지키는 방법도 있습니다. 바로 운동입니다. 적게 먹으면 지방만 빠지는 것이 아니라 근육도 함께 줄어듭니다. 근육은 가만히 있어도 열량을 소모하는 조직이라, 근육이 줄면 기초대사량이 떨어지고 정체기는 더 길어집니다. 운동은 근육량을 지키고, 움직이는 만큼 소모 열량을 늘립니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해집니다. 운동하면 근육에서 이리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동물실험에서 이 호르몬은 백색지방을 갈색지방으로 바꾸었습니다. 사람에서는 아직 결과가 엇갈리지만, 근육을 쓰는 일이 보일러에 불씨를 보태는 일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이 연구에서 눈에 들어온 것은 몸의 작동 원리입니다. 덜 먹기만 하면 몸은 보일러부터 끕니다. 정체기는 실패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몸의 전략입니다. 그러니 절식으로 버티기보다 보일러를 꺼뜨리지 않는 쪽을 택해야 합니다. 실내 온도를 조금 낮추고, 서늘한 저녁 공기 속을 빠른 걸음으로 걸어 보십시오. 일주일에 두세 번은 근력 운동으로 근육을 깨워 주십시오. 숫자가 멈춘 날은 더 참으라는 신호가 아니라, 꺼져 가는 보일러를 다시 돌리라는 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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