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인공지능(AI) 스마트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 차단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전국 시험장에 판별 전담 요원을 배치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했지만, 감독관들은 기기 식별과 민원 발생을 걱정하고 일부 수험생은 불필요한 의심을 피하기 위해 안경까지 바꾸고 있다.7일 교육부와 교육계에 따르면 이달 19일 실시되는 수능에서는 AI 스마트안경이 반입 금지 물품으로 지정되고, 전국 1312개 시험장에 판별 전담 인력이 1명씩 배치된다.AI 스마트안경은 일반 안경과 비슷한 외형에 카메라와 마이크, 통신 기능 등을 갖춘 전자기기다. 제품에 따라 촬영하거나 외부 기기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어 시험문제 유출과 부정행위에 악용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실제로 10월 서울시립대와 연세대의 대입 수시 논술시험에서 스마트안경을 착용한 수험생이 적발되면서 시험 관리의 허점이 드러났다.교육부는 10월 29일 발표한 대응계획에서 시험 중 스마트안경을 착용하거나 사용하다 적발되면 해당 시험을 무효 처리하고 다음 해 수능 응시자격도 정지하기로 했다. 실제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시험 중 착용했다면 같은 제재를 받는다.스마트안경을 이용한 고의적·계획적 부정행위에는 형사고발 등 강력한 대응에 나서고, 현행 1년인 수능 부정행위자의 응시자격 정지 기간을 3년으로 확대하는 법 개정도 추진한다.그러나 시험 현장에서는 대책의 실효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가장 큰 문제는 일반 안경과 스마트안경을 육안으로 정확하게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의심스러운 안경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수험생과 갈등이 발생하거나 감독관이 부정행위 적발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연합뉴스 취재에 응한 경기도 수원의 한 고교 부장교사는 스마트안경 확인 과정에서 수험생이 시험에 지장을 받았다는 민원을 제기할 수 있고, 반대로 기기를 발견하지 못하면 감독 소홀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시험장 입실 전 검사를 마친 수험생이 시험 도중 안경을 바꿔 착용할 경우 어떻게 적발할 것인지도 문제로 꼽았다.교원단체의 설문조사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확인됐다.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10월 21일부터 27일까지 전국 중·고교 교원 27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2.3%가 현행 감독 절차로 스마트안경을 식별하기 어렵다고 답했다.일반 안경을 스마트안경으로 잘못 판단해 민원이나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을 걱정한다는 응답은 64.4%, 스마트안경을 발견하지 못했을 때 책임을 추궁받을 수 있다는 응답은 45.9%였다.수험생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평소 뿔테 안경을 착용하던 일부 수험생은 시험장에서 스마트안경으로 오해받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금속테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준비하고 있다.경기도 수원의 한 안경원에서는 콘택트렌즈를 사용한 경험이 없는 수험생이 수능을 앞두고 렌즈를 구매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안경 검사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거나 시험 집중력이 흐트러질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교육부는 시험 진행 중 스마트안경 착용이 의심되더라도 해당 교시가 끝난 뒤 확인하도록 했다. 검사 때문에 정상적으로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려는 취지다.전담 요원은 의심 기기의 판별을 지원하고 필요한 경우 시험실 순회 감독에도 참여한다. 교육부는 스마트안경 실물을 활용한 사전 교육과 연수를 통해 전담 요원의 판별 역량을 높일 계획이다.부산시교육청도 64개 시험장에 전담 요원을 지정하고 스마트안경 실물 확인과 체험을 포함한 사전 연수를 진행하기로 했다. 울산시교육청은 전담 요원과 정밀 탐지 지원 장비를 배치하는 대응체계를 마련했다.교육부는 감독관 전원을 대상으로 배상책임보험을 적용하고 보장 범위와 청구 기간을 확대하는 등 민원과 법적 분쟁에 대비한 보호대책도 강화한다.또 시험장용 전파 탐지기의 활용 가능성을 점검해 2028학년도 수능부터 보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AI 기술의 발전으로 부정행위 수법이 다양해지면서 시험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관리체계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부정행위 차단과 함께 선의의 수험생이 불필요한 의심으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고, 감독관의 책임 부담을 줄이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