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선진국 도약과 자국근로자 복지정책 강화로 인건비가 상승되고 있어 그만큼 우리 기업 입장에선 경영이 어렵다."
한때 '웨이하이(위해시)는 한국인들이 움직인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곳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활동은 왕성했다. 하지만 이학동 중국 산둥(山東)성 위해시 한인상공회장(50)이 기자들에게 현실은 '좋은 시절은 갔다'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경영이 힘들다고 기업들도 울고만 있을 순 없어 여러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그 사이 변화를 못 견디고 동남아 등 제3국을 택하는 업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국과 위도가 비슷하고 3면이 해안가로 둘러싸인 반도라는 특성과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지리적 접근성 등의 이유로 우리 기업들은 산둥성 지역에 많이 진출해 있다.
이 회장은 1992년 한·중 수교 후 1995년부터 중국 위해에 섬유생산공장을 세웠다. 중국진출 초기에는 인건비가 쌌기 때문에 노동력을 위주로 하는 수가공업을 하기에 유리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최근 근로자들의 최대 쟁점을 '복지'로 삼으면서 최저임금을 올리고 사회보장보험을 강화하는 정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열악한 근무조건 등을 이유로 폭스콘 선전공장 노동자 10여명이 연쇄로 자살을 기도한 '팍스콘 사태' 벌어졌다. 더이상 우리 기업이 저임금을 이유로 중국에 진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실제 이 회장이 사업을 시작한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중국의 저임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섬유봉제나 목재, 낚싯대를 만드는 업종이 투자나 진출에 유리했지만, 지금은 전자나 조선 등 기계화가 가능한 업종으로 추세가 바뀌었다.
이 때문인지 "지금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인센티브는 거의 없는 정도가 아니라 '제로'에 가깝다"고 이 회장은 강조했다.
위해시만 보면 2005년 한국의 기업체수가 2000개였지만 지금은 1300개, 위해시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수도 5만명에서 3만명으로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위 '야반도주'라 불리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철수하는 기업까지 생겼다.
'고임금'이란 큰 벽에 부딪힌 우리 기업들은 한국업체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내수시장 활성화, 인건비가 더 싼 내륙지역으로 이동 등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해안을 중심으로 인프라가 구축돼 있고, 해안과 내륙의 기업경영방식이 다르며 내수시장의 아이템 접근 또한 쉽지 않다는 게 이 회장의 견해다.
이 회장은 "인터뷰 내내 너무 어두운 이야기만 한 게 쑥쓰러우면서도 안타깝다. 그만큼 이쪽 현실이 좋지 않다. 이 와중에도 우리 기업들이 부단히 체질개선 등을 통해서 노력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