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7·4 전당대회에 출마한 7명의 당권주자들이 29일 토론회에서 감세, 무상급식 등에 대한 당의 노선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전대에 출마한 원희룡 권영세 홍준표 남경필 박진 유승민 나경원 후보는 이날 생방송으로 진행된 MBC TV토론회에서 당의 정책과 비전, 감세와 무상급식 등 각종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히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박진 후보는 "논쟁의 핵심은 한나라당이 보수 정당으로서 어려운 서민경제를 어떻게 살리는가의 문제"라며 "재정여건이 허락한다면 양질의 무상급식을 하고 등록금을 낮추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현재의 논의는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또 "우리 당의 정체성은 기업을 살려 소득을 늘리고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기업에 대한) 세금을 늘려 서민복지를 위해 쓰면 중소기업이 압박받고 국민은 더 큰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승민 후보는 이에 대해 "부자를 편들고 가난한 사람을 내버려두는 것이 보수라면 나는 그런 보수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맞섰다. 또 "아이들 밥 먹이는 문제, 맞벌이 부부 보육문제 등을 놓고 좌파다 포퓰리즘이다 하며 반대하면 정말 망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홍준표 후보는 "어떻게 애들 밥먹이는 것으로 투표를 하느냐고 하는 것은 단순한 선동 논리"라며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표를 노리는 선동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남경필 후보는 이에 "왜 급식을 위한 세금만 가지고 뭐라고 하느냐. 그것이야 말로 낙인찍기"라고 맞섰다. 이어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감세를 하겠다며 이미 20~25%를 낮췄는데 오히려 일자리는 50만개 정도 줄었다"며 "이런 것을 알고도 추가 감세를 하자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비판했다.
원희룡 후보는 "집권여당으로서의 책임과 재원 마련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책임감이 필요하다"며 "한건주의식으로 해놓고 안 되면 누가 책임지느냐"라고 주장했다.
원 후보는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비정규직 차별 철폐, 청년 일자리 마련을 위해 남은 기간 동안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우리는 집권 여당이기 때문에 문제제기만 할 것이 아니라 밥상을 차릴 책임이 있고, 재원 마련의 우선 순위와 정책이 현실성에 대해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후보는 이에 "후보들이 자꾸 재정 이야기를 하는데 뻔뻔스러운 거짓말"이라며 "4대강에 20조원을 쓰면서 복지에 몇조원만 쓰면 재정이 없어서 안 된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남경필 후보 역시 "한나라당의 정체성은 중산층과 중소기업을 살리는데 있다고 본다"며 "대기업 편들기는 더 이상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사람과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새로운 길"이라고 말했다.
권영세 후보도 "보수는 길을 가도 확인하고 가자는 것이지 길을 가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 서 있는 곳의 발 밑에서부터 무너지고 있다면 반드시 발걸음을 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속가능한 해결책인지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경원 후보는 "무상급식과 반값등록금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문제는 국민의 복지수요가 바뀌었음에도 당의 복지정책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대표가 되면 재정 우선순위를 따져 책임있는 정직한 복지정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혼탁선거 양상과 관련, 홍준표 후보와 원희룡 후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불거졌다.
남경필 후보는 홍준표 후보에게 "원희룡 후보를 돕기위해 국가권력이 개입하며 계파싸움이 되고 있다고 했는데 근거가 있느냐"고 질문했고, 홍 후보는 "정치판에서는 사법적 증거처럼 명확한 것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남 후보는 이어 원 후보에게 "홍 후보가 의원들을 불러서 공천을 미끼로 협박했다고 말했는데 근거가 있느냐"고 질문했고, 원 후보는 "근거는 있지만 당사자의 문제이기 때문에 내가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유승민 후보 역시 "홍 후보와 원 후보가 말한 공천협박 문제가 사실이라면 정말 심각하다"며 "서로의 문제에 대해 증거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전당대회 전에 매듭을 지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나경원 후보가 "거울보고 분칠이나 하는 후보는 뽑아서는 안 된다"는 홍준표 후보의 최근 발언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나 후보는 "지난 6월 모 언론사 인터뷰에서 '거울보고 분칠이나 하고, 화장이나 하는 후보는 뽑아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분칠하는 여성을 대통령으로 뽑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했다.
홍 후보는 이에 대해 "나 후보가 오해하는 것 같은데, 나도 화장을 하고 나왔다"며 "나 후보를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스타일리스트 대표는 곤란하다는 말이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