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의 파업이 장기화 수순을 밟고 있다.
SC제일은행의 경영진이 금융당국과의 조율 속에 영업점 폐쇄라는 초강수를 예고했고, 노조측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 경영진은 노사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11일부터 43개 영업점을 폐쇄할 예정이다. 이는 SC제일은행 전체 영업점(392개)의 11%에 달하는 것으로 노조에 파업철회를 촉구하는 강수를 둔 것이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남아있는 직원들이 노조 파업에 따른 업무 과중으로 받게 될 리스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파업기간 중 일부 영업점의 운영을 일시 중지키로 했다"고 말했다.
SC제일은행은 고객의 불편과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은행 홈페이지(www.scfirstbank.com)에 일시 중단되는 43개 영업점 및 가까운 통합운영영업점 정보를 게시하기로 했다.
또 부득이하게 일반 영업점에서 업무 처리를 하지 못하고 통합운영영업점으로 이동하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택시비 지원서비스'도 지속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영업점의 자동화기기(ATM)와 콜센터, 인터넷·모바일 뱅킹 서비스는 중단 여부와 관계없이 정상 운영된다.
SC제일은행의 이 같은 방침은 일견 고객불편을 앞세워 노조에 파업철회를 압박하는 전술의 하나로 보인다.
하지만 전략적으로는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를 대비한 측면이 강하다.
노조원들의 장상엽업 복귀 이전에라도 은행 업무의 정상화를 최대한 꾀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SC제일은행 경영진의 방침은 금융당국과의 조율을 거친 것으로 파악돼 힘이 실렸다.
금융감독원은 SC제일은행의 영업접 폐쇄 결정에 앞선 지난 6일 공문을 보내 '파업 장기화에 따른 현장 창구업무의 사고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다.
일부 점포의 경우 소규모 인력 운영으로 내부통제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라는 내용이다.
장병용 상기감시팀장(금감원 일반은행 검사국)은 "파업이 지난주 월요일부터 시작됐다. 노조에서 파업에 참석한 사람은 2500~2600명으로 (SC제일은행) 전체 임직원 6000여명 중 40% 이상 자리를 비웠다"고 말했다.
이어 장 팀장은 "은행 창구는 집중도가 높은 업무이지 않나. 파업이 10일 정도 지속 된다면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100만원 입금하는데 0하나 더 치면 1000만원이 된다. 그런 (창구직원의) 실수를 방지하자는 것"이라고 공문의 취지를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것처럼 금융당국이 점포폐쇄를 지시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장 팀장은 "공문에는 점포폐쇄의 '폐'자도 언급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SC제일은행 경영진의 점포폐쇄 결정이 최소한 금융당국의 '양해'아래 이뤄진 것은 분명하다. 현재 SC제일은행 본점에는 일반은행 검사국 검사7팀 직원 3명이 팀장을 포함해 상주하고 있다.
상시감시팀에서 '공문'을 보낸 것도 현장에 있는 검사팀에서 추후 파악했다.
정동원 검사7팀장은 "지도공문이 상시감독팀에서 나왔다"면서 "미리 (상시감독팀의) 연락을 받은 것은 아니어서 SC제일은행에 접수 된 후 알았다"고 말했다. 은행측에서 현장에 나와있는 검사7팀에 금감원의 공문이 도착했다는 것을 알려준 후에 알았다는 것이다.
이어 정 팀장은 "점포의 일시 폐쇄 결정은 은행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SC제일은행이 '자체적'으로 영업점 폐쇄를 결정한만큼 은행측은 파업장기화에 따른 '대안'을 마련한 상태로 풀이된다.
현재 SC제일은행측은 지난 5일 마련한 '2주째 파업에 대한 운영방침'에 따라 ▲고객 문의전화를 가급적 고객컨택센터 또는 본점 주관부서에서 직접 처리 ▲본점 헬프데스크를 비상체제로 운영 ▲비조합원 및 본점 직원, 현재 육아 휴직중인 직원들의 협조를 받아 일선 영업점에 추가 배치해 운영하고 있다.
노조측은 점포폐쇄가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김재열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경영진에서 80여개 점포를 폐쇄하겠다고 밝힌 뒤 올 상반기에 27개 점포를 없앴다"며 "이번 파업으로 인해 43곳 점포를 일시중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파업 이후 이를 빌미로 이 곳 점포의 완전 폐쇄를 감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노조측도 파업전술을 가다듬었다.
SC제일은행 노조는 주말 기간중 강원도 속초에 있는 노조를 해산한 후 11일 다시 집결할 방침이다. 노조측은 전체 조합원 3400여명 중 82%에 이르는 2800명 가량이 모일 것으로 예상했다.
김재열 위원장은 "현재 실무자 교섭 끝에 임단협 수정안을 만들었다. 임단협 교섭은 진행되겠지만 사측에서 성과급제 시행을 보장해달라는 전제 조건을 내밀고 있다"면서 "김문호 금융노조위원장과 리차드힐 은행장과의 11일 또는 12일 중 미팅 일정을 잡도록 사측에 요청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