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 없는데요..."
48개의 일반약이 편의점과 슈퍼마켓의 판매가 허용된 첫날인 21일. 서울 무교동의 한 편의점에 들어가 "박카스파나요?"라고 물어보자 이같은 짧고 퉁명스러운 대답만 돌아왔다.
이날 서울 광화문과 무교동 일대 슈퍼와 편의점 7곳을 직접 방문한 결과 의약외품을 판매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찾을 수 없었다.
이날부터 박카스, 마데카솔, 안티푸라민 등 48개 의약외품에 대한 '의약외품 범위지정 고시'가 공포, 시행되면서 일반 소매점 판매가 허용됐다.
그러나 편의점 안에 냉장고 안에서 박카스나 까스명수 등의 제품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의약외품을 진열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나 부스도 없었다.
이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데카솔이나 까스명수를 사러 온 손님들은 편의점에 들어왔다 헛탕을 치고 발길을 돌렸다.
복지부는 이번 의약외품 판매와 관련해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지 않도록 슈퍼, 편의점 등에서 안내문을 붙이고 협조를 요청키로 했다. 그러나 편의점 안팎에는 의약외품을 판매한다는 안내문은 붙여져 있지 않는 등 정부 정책이 현장에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었다.
서울 무교동의 한 편의점 점장은 "박카스 등 일반약을 편의점에서도 판매한다는 뉴스를 보긴 했지만 아직 본사에서 어떠한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소비자들의 의약품 구입 불편 해소를 위해 일반약을 슈퍼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것은 잘된 일이지만 몇 백원, 몇 천원짜리 약을 판매한다고 매출에 큰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편의점 직원은 "손님들이 가끔 들어와 마데카솔이나 까스명수가 있냐고 물어보는데 곤란하다"며 "약이 실제로 편의점에서 판매되려면 유통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한 편의점 내부 게시판에는'28일부터 생산 및 판매 가능한 일부품목부터 판매할 예정이며 판매지역도 제한될 수 있다. 26일에 상세한 내용을 공지하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의약계 눈치 보기로 의약품 공급의 늑장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다음 주부터 소비자들이 의약외품으로 전환된 48개약을 슈퍼나 편의점 등에서 직접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