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여파가 한국 증시를 강타했다. 8일 코스피시장에는 '사이드카'가, 코스닥시장에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증시는 패닉에 빠졌다. 8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1800선까지 밀렸다가 전 거래일(1943.75)보다 74.30포인트(3.82%) 내린 1869.45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495.55)보다 32.86포인트(6.63%) 하락한 462.69포인트에 장을 마쳤다. 증시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미국 신용등급까지 하향되면서 투자자들의 심리가 극도로 악화된 것이 증시 폭락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또 신용거래를 통해 저가매수를 해오던 개인들이 담보 설정 부족 문제로 투매에 나선 것도 폭락에 뇌관이 됐다고 풀이했다. 특히 이번 주에는 이벤트가 산재해 있어 변동성이 불가피한 것으로 관측된다. 오는 9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1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 옵션 만기일 등이 예정돼 있다. 사실상 불확실한 요인이 많은 만큼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섣부른 투자나 투매에 나서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올해 첫 사이드카·서킷 브레이커 발동 8일 한국거래소는 오후 1시10분 코스닥지수가 전일 종가 495.55포인트에서 443.94포인트로 51.71포인트(10.41%) 하락해 코스닥시장의 매매거래를 20분간 중단했다. 서킷브레이커는 직전 매매거래일 대비 10% 이상 지수가 하락하는 상항이 1분간 지속되면 매매 거래를 중단하는 제도다. 이날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모든 종목의 매매 거래가 중단됐으며, 20분 후인 오후 1시30분에 해제됐다. 이후 오후 1시40분까지 호가를 접수해 단일가로 처리했다. 코스닥시장에서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또 2001년 10월15일 제도가 도입된 후 다섯 번째다. 2006년1월23일 미국 증시 악화 및 테마주가 급락하면서 처음으로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바 있다. 코스피시장에서도 올해 첫 '사이드카(Side car)'가 발동됐다. 거래소는 이날 오후 1시23분 코스피200선물(최근월물)이 전일 종가 251.50포인트에서 237.60포인트로 13.9포인트(5.52%) 하락해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을 5분간 정지하는 사이드 카를 발동했다. 사이드카는 발동 5분 후인 오후 1시28분에 자동 해제됐다. 사이드카는 한국주가지수200에 대한 선물거래종목 가운데 직전 매매거래일의 거래량이 가장 많은 종목 가격이 5%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하는 상황이 1분간 지속될 경우 프로그램 매매의 매수호가(매도호가)의 효력을 5분간 정지하는 제도다. 하루에 한 번만 적용되며 정규시장 개시 후 5분 전, 장 종료 40분전 이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증시 급락 왜?…"불안한 투자자들, 투매에 또 투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을 비롯해 글로벌 증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극도로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신용등급 하락한 데다 미국 경기가 좋지 않아 투자자들이 패닉 상태에 빠진 것 같다"며 "이 정도로 충격을 받을 일이 아닌데 코스피지수가 140포인트 이상 하락하는 등 투자자들이 아직 불안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미국 신용등급까지 하향되면서 최악의 국면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며 "투자자들이 미국채권도 이제 안전자산이 아니라는 심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투매가 투매를 부르는 양상이다. 혼란의 상황"이라고 일갈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개인이 신용매물을 통해 하락장에서 주식을 사다가 결국 담보 설정 부족 문제가 발생하면서 투매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해석했다. 다만 이날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이후 코스피지수는 다소 진정세를 보였다. 외국인이 저가 매수를 위해 주식을 사들이고, 프로그램 매매에서도 차익 매수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불투명한 증시 앞날은? "변동성 불가피" 사실상 국내 증시는 물론 글로벌 증시의 앞날이 불투명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에게 신중한 자세를 강조했다. 오성진 센터장은 "오늘 신용등급 강등 이벤트가 반영됐고, 9일에는 FOMC 회의, 11일에는 옵션만기일과 금융통화위원회 이벤트가 있다"며 "옵션 만기에는 차익거래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이번 주에는 변동성이 확대 쪽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오늘이 3분기 최저점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재학 센터장은 "현재 시장에 불확실성이 팽배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증시 흐름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며 "단기적으로 악재들이 명확하게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글로벌 증시를 주시해야 한다.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은성민 센터장은 "FOMC 회의에서 벤 버냉키 의장이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제시하는 지 지켜봐야 한다"며 "과연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면서 미 경기가 더블딥으로 갈지, 회복으로 갈지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은 어떤 투자판단도 쉽지 않다. 리먼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급락 때는 투매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투자자들은 혼란스럽겠지만 지금 같은 패닉 구간에서 매도에 동참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심리적으로 위축된 것뿐이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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