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행위를 세법 보다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제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납세자연맹은 10일 "일감 몰아주기 세법 개정은 위헌 가능성이 높아 되려 대기업만 도와주는 꼴이 된다"며 "불공정행위로 간주하고 높은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일감 몰아주기란 대기업이 계열사를 설립한 뒤 회사 주식을 오너 일가 등에 넘기고 이 계열사에 각종 하도급 물량 등을 집중적으로 발주하는 것을 말한다.
주식을 넘겨받은 특수관계인은 이후 문제의 계열사를 상장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세금을 한 푼 내지 않고 경영승계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데, 이 같은 편법 이익에 대해 증여세를 물리겠다는 게 정부의 방안이다.
정부는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증여에 대해 ▲주식가치 증가분에 대한 증여세 과세 ▲영업이익에 대한 증여세 과세 ▲영업이익에 대한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수혜기업에 대한 법인세 추가과세 ▲물량 몰아주기를 한 특수관계기업에 대한 손금불산입 등 5개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납세자연맹은 "재정충당 목적으로 걷어야 하는 세금을 특정 경제주체의 경제행위에 대한 제재나 처벌 차원의 정책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조세의 기본 개념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또 정상가액으로 거래한 대기업의 경우 자산 감소가 없음에도 가공의 증여이익을 산정하고 과세하는 것이어서 위헌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주식가치 상승액'에 증여세를 매기는 방안도 화폐수요·환율·금리 등 주가를 결정하는 다른 경제변수를 고려한 것이 아닌만큼 과세이익산정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납세자연맹은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는 '공정거래법 제27조 불공정행위의 금지' 조항을 개정, 특수관계가 있는 기업끼리 정상가액으로 거래한 일감 몰아주기 행위도 불공정행위로 예시하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이경환 납세자연맹 법률지원단장 변호사는 "입법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입법의 헌법적 한계를 지켜야 하는 것이 법치주의 핵심"이라며 "위헌 가능성이 높은 법을 졸속으로 만드는 것은 궁극적으로 대기업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