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최저치를 경신해오던 시중의 통화량(광의통화, M2) 증가율이 1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가계대출 길이 막힌 금융사들이 기업대출에 나서면서다. 반기 결산을 마친 기업들의 대출 수요도 가세했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7월 중 통화 및 유동성 동향'에 따르면 광의통화(M2, 평잔 기준, 전년동월 대비)는 6월 3.0%에서 7월 3.2%로 상승했다.
M2증가율은 지난해 6월 9.7%를 정점으로 줄곧 하락해왔다. 전월인 6월만 해도 3.0%를 기록하며 2004년 3월 2.7%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은은 7월 들어 기업부문에 대한 신용 증가율(말잔 기준)이 전월 2.8%에서 3.9%로 상승하면서 M2 증가율이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당국이 가계대출 통제를 유도하자 은행 등 금융사들이 기업 대출을 확대한 영향이 크다. 6월 말 반기 결산을 맞아 건전성 제고를 위해 부채를 상환했던 기업들이 다시 대출을 늘린 영향도 보태졌다.
다만 한은은 "클 틀에서 3.2%와 3.0%가 유의한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전체적으로는 3%대 안정적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8월에도 M2증가율이 상승세를 이어가며 3%대 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인 증권 투자자금이 큰 폭 유출됐지만 은행대출 등 민간신용 부문에서의 증가세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단기 결제성 자금을 의미하는 협의통화(M1, M2에서 시장성 상품과 수익증권, 2년 미만 정기예금 등을 제외) 증가율은 전월 5.4%에서 7월 3.8%로 하락해 M2와 상반된 움직임을 보였다. 부가가치세 납부 등으로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증가세가 전월 5.6%에서 3.7%로 둔화된 데 기인한다.
M2증가율 반등에 만기 2년 이상 장기금융상품 등의 증가세가 확대되면서 금융기관 유동성(Lf, M1에 2년 이상 장기금융 상품 등이 포함) 증가율도 전월 4.1%에서 4.6%로 상승했다.
M2와 Lf 증가에 힘입어 광의유동성(L, Lf에 국채, 지방채 등이 포함) 증가율도 전월 8.1%에서 9.0%로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