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행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FTA 비준의 공은 다시 한국으로 넘어오게 됐다. 이달 중순 미 의회의 비준 작업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국회의 비준 작업은 여전히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3일 오후(현지시간) 한국과 파나마, 콜롬비아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지난 2007년 한·미 FTA 협상이 타결 된 지 4년 반 만이다.
이번 이행법안 제출은 미 행정부와 공화당 지도부간 사전 물밑 조율을 거쳐 이뤄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미 의회 상원의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부가 FTA 법안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무역조정지원(TAA) 제도 연장안과 FTA 법안을 순차적으로 처리하기로 합의한 5단계 추진계획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이행법안 제출은 하원이 TAA 연장안과 FTA 이행법안을 동시에 처리하는 3단계 추진계획의 일환이다. 3단계 추진계획은 하원이 상원에서 넘어온 TAA 연장안과 함께 미 의회가 FTA 이행법안을 제출하면 두 법안을 묶어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다.
따라서,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오는 13일로 예정된 백악관의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미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실제로 그 동안 TAA 법안에 반대해온 공화당 의원들은 FTA 조기 비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이날 성명에서 "3개 FTA 이행법안 처리가 하원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이달 초 제출은 이미 예상됐던 것"이라며 "미 의회의 이달 중순 이행법안 처리가 확실시되며 관건은 얼마나 빨리 비준안을 처리할 수 있느냐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의 비준안 처리 작업은 미국과 달리 여전히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 소관 상임위인 외교통상통일위원회가 내달 초 한미 FTA 비준 작업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외통위는 이번 주 국정감사에 이어 다음 주 대정부 질문 일정이 마무리되면 전체회의를 개최해 비준안에 대한 논의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지난달 13일 한·미 FTA 비준안을 직권 상정했다. 외통위 여야 간사가 미국 의회의 비준안 처리가 객관적으로 명확해지는 시점에 한·미 FTA 비준안을 상정한다는 데 합의한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민주당 등 여당이 한미 FTA 재재협상을 요구하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향후 비준안 처리에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비준안의 상임위 상정이 야당의 반대 속에 외통위원장의 직권상정으로 이뤄진데다 외통위 법안소위와 상임위 표결, 본회의 통과 등 비준 절차가 남아 있는 것도 조기 비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외통위에서 국회 일정이 마무리되는 이달 중순부터 FTA 비준안 처리 작업이 다시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며 "한나라당은 이번에 통과시킨다는 방침이지만 야당이 강력 반발하고 있어 여야 간 물리적 충돌도 우려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