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4일(현지시간) 드디어 고대하던 아이폰 신제품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뜨듯 미지근했다.
지난 8월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은 팀 쿡 최고경영자(CEO)의 데뷔 무대였음에도 불구하고 프리젠테이션 행사장에 나타난 신제품은 아이폰5가 아닌 아이폰4의 성능 개선에 그친 '아이폰4S'였기 때문이다. 더 큰 화면, 4G, 알루미늄 케이스 등에 대한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애플 주가는 이날 뉴욕 증시에서 0.56% 하락 마감했지만 장중 한때 5%대의 급락을 기록, 이 같은 실망감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아이폰, 넌 무감동이었어=아이폰4S는 외관상 아이폰4와 비슷하나 아이패드2에 탑재된 듀얼코어 A5칩 탑재로 A4를 채택했던 아이폰4보다 더 빨라졌다.
카메라 성능은 500만화소에서 800만화소로 좋아졌으며 “오늘 우산이 필요할까?”라고 물으면 날씨 정보를 알려주는 음성인식 기능 ‘Siri’가 탑재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같은 업그레이드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기능이 이미 경쟁업체에서 사용중이어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삼성전자 (832,000원 4000 0.5%)의 갤럭시S2와 아이폰4S의 카메라 성능은 800만 화소로 같으며 둘다 1080p HD급 동영상 촬영도 가능하다. 갤럭시S2가 오히려 4G 이동통신을 채택한 데 반해 아이폰4S는 3G에 머물렀다.
엔드포인트 테크놀로지 어소시에이츠의 로저 케이 애널리스트는 "무감동이라는 말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라며 "사람들에게 멋지다는 인상을 주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통신담당 애널리스트인 제프 캐건은 "실망감이 너무 컸다"라며 "해마다 애플 제품에 대한 기대는 지구를 흔들 정도였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라고 평했다. 그는 애플이 이 같은 소규모 업데이트를 고려해 이날 미 언론만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감이 너무 컸다고 설명했다.
IDC 프란시스코 제로니모 애널리스트는 "아이폰4 사용자들의 대규모 수요를 촉발시킬 만큼 하드웨어적인 면의 변화는 없었다"며 "삼성과 HTC 등 경쟁사들이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세상에서 혁신적 제품을 내놓지 못하면 고객들이 이탈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매출 뚜껑 열어봐야=실망감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아이폰 업그레이드가 매출 신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애플이 아이폰3를 내놨을 당시 아이폰 판매 연간 성장률은 78%였으나 아이폰3의 업그레이드 제품인 아이폰3GS 출시 이후 연간 성장률이 93%까지 치솟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파이퍼 제프레이의 진 먼스터 애널리스트는 오는 14일 출시되는 새 아이폰을 사기 위한 소비자들로 애플 스토어가 여느 때처럼 문전성시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화면이 3.5인치에서 4인치로 커진 제품을 사기 위한 줄일 뿐”라고 덧붙였다.
BGC파트너스의 콜린 길리스 애널리스트는 “아이폰4가 A5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데 16개월이 걸렸다”며 “일부 실망감이 있지만 애플은 여전히 수백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티콘더로가 증권은 아이폰4S의 판매규모가 17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아이폰4는 지난해 출시 이후 150만대 팔린 상태다.
사진설명=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4일(현지시간) 아이폰4S를 선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