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분기 국내 은행들이 가계 대출 문턱을 더욱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가계부채 억제를 유도하고 있는 데다,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며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대출 태도지수(종합)는 3분기 5에서 4분기 -1로 떨어졌다. 2009년 4분기(-4) 이후 2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자 가장 낮은 수치다.
이 조사는 지난달 16개 국내은행 여신업무 총괄담당 책임자를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대출태도지수가 낮을수록 은행들이 대출을 잘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특히 가계주택과 가계일반 대출태도지수가 크게 하락했다. 4분기 가계주택에 대한 은행들의 대출태도지수는 -28로 최근 2년래 가장 낮았다. 3분기 -25에서 추가로 3포인트 더 하락한 것이다.
가계일반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도 -16을 기록, 3분기 -9에서 추가로 하락했다.
한은은 응답자들이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 등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을 가계에 대한 대출취급 기준이나 조건을 강화하게 된 주요인으로 꼽았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3분기 19에서 4분기 13으로 하락해 그간의 대출 완화세가 약화됐다. 글로벌 재정위기 등에 따른 해외 위험 요인이 대두된 가운데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에 나선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도 6에서 3으로 소폭 떨어졌다.
대기업 및 중소기업 모두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를 플러스로 유지, 기업에 대한 대출태도를 완화하고 있는 요인에 대해 은행들은 주로 우량거래처 확보를 통한 시장점유율을 제고와 은행 자금사정 호전을 들었다.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신용위험도 중소기업과 가계를 중심으로 커질 전망이다. 가계신용위험지수(종합)는 3분기 7에서 4분기 13으로 높아졌는데, 중소기업이 9에서 19로, 가계가 3에서 9로 각각 올랐다.
건설·부동산 등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수 부진, 경기불확실성 등으로 중소기업의 난관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가계 역시 앞으로 상황 변화에 따라 부채가 많은 대출자들의 채무 상환 능력이 약화될 우려가 커졌다.
대기업은 3분기와 4분기 모두 -3을 유지했다. 신흥시장국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 등 상황이 좋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은행에서 대출 받기가 어려워진 반면 대출 수요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높은 수준을 이어갈 전망이다. 4분기 대출수요지수(종합)는 18로 3분기 17에서 소폭 상승했다. 중소기업은 내부자금 조달이 감소한 가운데 연말 등 계절적 요인이 가세하며 대출수요지수가 3분기 22에서 4분기 25로 상승했다.
가계의 경우 주택자금 대출수요는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의 영향 등으로 소폭 증가에 그친 반면 일반자금은 주택담보대출 실수요 제한, 전세가격 상승 등으로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