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사고를 목격한 뒤 우울증에 걸린 승무원이 자살했더라도 업무 도중 발생한 질병으로 간주, 보험금을 지급해야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보험금 지급 거부사유 중 하나인 자해 혹은 자살의 의미를 엄격하게 적용해 비슷한 사례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부장판사 최복규)는 열차 승무원으로 근무하던 중 자살한 이모씨의 유족이 삼성화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삼성화재는 이씨 유족에게 총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한국철도공사 소송 기관사로 근무하던 이씨는 2004년 6월 열차를 운행하던 중 선로 중앙에 누워있던 취객과 충돌하는 사고를 겪었다. 당시 취객은 즉사했고 이씨는 기관사와 함께 시신을 직접 수습해 경찰에게 인계했다. 그로부터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이씨의 몸에 이상이 찾아왔다.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진단결과가 나왔고 이씨는 그로부터 3년 동안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았다. 2008년에는 10일가량을 입원하기도 했으며 2006년부터는 치료를 위해 휴직했다. 그러나 이씨는 질병을 견디다 못해 2008년 11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이씨의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를 신청하는 한편 삼성화재에도 보험금을 청구했다. 당시 한국철도공사와 삼성화재는 직원이 업무상 상해로 사망하는 경우 2억원을, 산업재해 질병으로 숨졌을 경우 1억원을 보상토록 한 보험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자살에 대해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며 이씨 유족의 요구를 거부했다. 재판부는 "보험계약에서 자살은 당사자가 고의로 숨졌을 때를 의미한다"며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상황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씨는 열차사고를 목격·수습하는 과정에서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았다"며 "이로 인한 자살은 업무상 장애로서 보험금 지급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씨 유족과 삼성화재 양측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의사를 밝혔으며 현재 서울고법에서 2심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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