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정공법'을 택했다. 대형유통업체들이 중소납품업체에 대한 판매수수료 인하안을 놓고 '버티기'에 돌입하자 정면승부를 보기로 한 것이다. 공정위는 대형유통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인하안을 제출하도록 시간을 주는 한편 예정됐던 거래실태조사를 정밀하게 실시, 업체들을 압박할 예정이다. 다만, '팔목 비틀기'라는 비판 우려가 있는 직권조사는 당분간 실시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타협 없다…수수료 낮춰라"=공정위 관계자는 11일 "명품브랜드를 포함, 대형유통업체의 거래실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며 "이는 지난달 11개 대형유통업체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에서 이미 예고됐던 일"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대형유통업체 뿐만 아니라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수수료 및 추가부담 실태에 대한 정밀 분석을 실시하는 한편 업태별로 대표적인 상품군을 대상으로 5~10%의 중소 납품업체에 대해 집중 모니터링을 실시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각에서 대형유통업체들이 수수료 인하방안을 제출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미 약속한 일이기 때문에 (유통업체들이) 이행할 것으로 본다"며 "당초 합의된 수준에서 판매수수료 인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11개 대형유통업체 대표들은 지난달 초 김동수 공정위원장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간담회'를 갖고, 중소업체의 판매수수료를 현재보다 3~7%p 인하키로 합의한 바 있다. 업체들은 이후 개별적으로 세부적인 인하 폭과 인하대상이 되는 중소업체 등을 정해 이달 중 판매수수료 인하를 시행하기로 했지만 영업이익 감소에 따른 부담 등을 토로하며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처음부터 영업이익을 낮추라는 요구를 한 적이 없는데도 유통업체들이 영업이익 감소를 빌미로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려 한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중소업체에 대한 판매수수료 인하이지 유통업체들의 영업이익 감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중소업체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수준이 아니라면 수수료인하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며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의 발상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권조사 당장은 안 해…순리대로 조사할 것"=공정위는 대형유통업체의 거래실상을 조사, 여론을 통해 업체들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이 판매수수료를 인하하지 않는다고 해서 지금 당장 직권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시기상 맞지 않는다"며 "조사는 순리대로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거래실태 조사에서 불공정 행위들이 대거 드러날 경우, 직권조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실제로 업체들도 공정위의 실태조사가 직권조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이번에는 명품과 대기업 협력업체 중심으로 실태조사가 진행됐다"며 "조만간 중소기업 협력업체에 대한 조사로 넘어갔다가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백화점에 대한 직권조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정위가 물러섬 없는 정면 돌파 의지를 보임에 따라 유통업계도 물밑 조율이 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이 사태를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고민이 많다"며 "공정위가 요구하는 일률적인 판매수수료율 인하보다 중소기업 발전지원 기금 등을 조성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이 동반성장에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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