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9개 전문병원을 지정하며 이외 다른 곳에서는 '특정질환 전문'이라는 명칭을 쓰지 못하도록 해 병원계 '이름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특정질환을 주로 보는 병·의원들이 간판은 물론 광고에도 '특정질환 전문'이라는 용어를 써왔는데, 복지부가 12월부터 대대적인 단속에 돌입할 방침이어서 한달 이내에 이들은 간판을 바꾸고, 광고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이름을 같이 쓰는 네트워크 의료기관은 한곳만 지정받아도 다른 분원들이 동반 광고효과를 볼 수 있어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병원급 의료기관 중 99개 병원을 특정질환이나 진료과목을 특화해 전문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병원으로 지정한다고 20일 밝혔다. 전체환자 중 전문으로 하는 질환의 환자비율과 총진료량, 의료인력수, 병상수 등이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지 심사해 지정한 것이다.
전문병원은 총 병원분야 9개질환·9개과목, 한방병원 분야 2개질환이 지정됐다. 관절 10곳, 뇌혈관 1곳, 대장항문 4곳, 수지접합 6곳, 심장 1곳, 알코올 6곳, 유방 1곳, 척추 17곳, 화상 3곳, 한방중풍 5곳, 한방척추 2곳 등이다.
진료과목별로는 산부인과 13곳, 소아청소년과 2곳, 신경과 1곳, 신경외과 1곳, 안과 8곳, 외과 2곳, 이비인후과 2곳, 재활의학과 10곳, 정형외과 4곳 선정됐다.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곳은 11월부터 3년간 간판과 광고에 '보건복지부 지정 전문병원'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지정되지 않은 곳들은 쓸 수 없다.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곳이 당장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인센티브다.
하지만 이미 상당수 의료기관이 '전문'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어 현장에서 오는 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몇년전부터 특정질환에 특화해 차별화하는 '전문병원'이 트렌드가 되며 많은 병·의원들이 간판은 물론 온·오프라인 광고에도 '특정질환 전문'임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법 시행규칙에서 의료기관 간판에 '전문'이라는 용어를 쓸 수 없도록 정해놨었지만 사실상 방치돼왔다. 의료광고의 경우 규제조항이 아예 없었다.
모 병원 관계자는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척추전문'이라고 치면 수십개의 병원이 검색된다"며 "전문이라는 용어 자체를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상황이라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름을 같이 쓰는 네트워크 병·의원은 '특혜'를 입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름을 같이 쓰기 때문에 한곳만 전문병원으로 지정돼도 모든 분원이 전문병원인 것처럼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절전문병원으로 지정된 연세사랑병원은 서울 강남·강동·강북, 경기 부천 등 총 4개의 분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곳은 서울 방배동에 위치한 강남점뿐이다.
이 병원이 전문병원에 지정됐다고 광고하면 소비자들은 모든 연세사랑병원이 전문병원 기준을 충족시켜 지정됐다고 오해하기 쉽다. 이번에 지정된 전문병원 99곳 중 14곳이 전국에 2개 이상의 분원을 두고 있는 네트워크 병·의원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문병원이라는 명칭을 넣어 광고할 때는 주소까지 기재하도록 하는 등 오해를 막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겠다"며 "네트워크 의료기관들이 브랜드광고를 할 때는 전문병원 명칭을 쓰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병원으로 지정되기 위해 환자를 과도하게 유치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정기준에 진료량(환자수)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평가기준의 중심이 의료서비스의 질이 될 수 있도록 연구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