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발효로 EU와의 교역량 및 무역수지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EU FTA를 비롯해 기존에 체결한 협정들이 모두 한국 경제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기획재정부는 30일 발표한 '주요국과의 FTA 체결 효과 비교분석' 보고서에서 이 같이 분석했다.
재정부에 따르면 현재 비준 절차가 진행 중인 한·미 FTA가 발효될 경우 우리와 FTA를 체결한 국가 및 경제권의 경제규모(자국 국내총생산(GDP) 포함)는 전 세계의 약 61%에 달하게 된다. 이는 칠레 87%, 멕시코 72%에 이은 세계 3위 수준이다.
재정부는 우선 한·EU FTA와 관련, 유럽 재정위기로 전반적인 교역량이 감소한 가운데 올해 7월 협정 발효 이후 EU와의 교역량 및 무역수지 증가율이 모두 회복세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발효 후 100일간(7월1일~10월6일) 유럽으로의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했지만, FTA 특혜품목의 수출은 오히려 17% 증가했다. 자동차와 석유제품의 경우 수출 증가율이 각각 110%, 103%에 달하는 등 특혜품목의 수출이 크게 증가하며, 비혜택 품목의 수출 감소분(-41%)을 상쇄한 것.
특히 FTA 특혜품목만으로는 무역수지 흑자가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 대EU 무역수지는 8월 이후 흑자로 전환됐다.
인도와의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역시 지난해 1월 발효 이후 교역량 증가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과 인도의 교역량은 2000~2009년 9년간 연평균 약 20% 증가한 반면 CEPA가 발효된 2010년 인도와의 교역량 증가폭은 40.8%에 달한다. 이는 2010년 우리나라의 전체 교역 증가율 30%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특히 2010년 대인도 수출 증가율은 42.7%로 수입 증가율 37%를 상회, 무역수지를 크게 증가(48.8%)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올 들어서도 9월까지의 대인도 누적 교역량이 28.6%에 달하고 있어 올해 총 교역량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또 한·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FTA도 2007년 6월 발효 이후 ASEAN과의 교역규모 및 무역수지 흑자 증가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2010년 4년간 우리나라의 전체 교역규모는 연평균 약 9% 증가한 반면 대ASEAN 교역량은 12% 증가했다. FTA 발효에 힘입어 ASEAN은 2010년 중국에 이은 제2의 교역 파트너로 부상했다.
올해 9월 기준 ASEAN과의 누적 교역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8% 증가, 올해 교역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부는 "FTA 체결 국가 및 경제권과의 교역량 및 무역수지 효과 등을 감안할 때 한·미 FTA 등을 신속히 마무리해 우리의 경제영토를 지속적으로 확장해야 한다"며 "한·미 FTA가 발효될 수 있도록 국회 및 국민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한·호주 FTA 협상을 올해 안에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정부 이어 "특혜관세 활용률이 낮은 한·ASEAN FTA, 한·인도 CEPA 등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며 "특히 한·EU, 한·미 FTA 발효를 계기로 제3국 물품이 한국산으로 원산지를 세탁하는 사례에 대한 대책 수립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