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사상 최대 규모의 건강보험적용 의약품 약가인하 방침에서 한발짝 물러나 제약업계의 숨통을 터줬다. 안정적 공급이 우려되는 품목 등 인하대상 의약품을 대폭 축소해 약값 절감액이 당초 예상보다 4000억원 가량 줄었다. 이와 함께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범보건의료계가 참여하는 리베이트 근절 대협약 체결을 유도하는 한편, 리베이트를 주고받다가 적발될 경우 시장에서 영구 퇴출시킨다는 계획도 내놨다. 복지부는 '8·12 약가제도 개편 및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 제약계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해 내달 1일 약가제도 개편을 위한 세부규정 고시를 입안예고 한다고 31일 밝혔다. ◆제약계 충격 완화 위해 1200여개 의약품 약가인하 대상서 제외=세부규정은 지난 8월 12일 발표내용의 큰 틀을 유지하는 가운데,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과 연구개발 촉진을 위한 사항을 최대한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선됐다. 우선 단독등재된 의약품이나 퇴장방지의약품, 기초수액제 등 약가인하로 공급차질이 우려되는 필수 의약품 4700여개 품목은 인하대상에서 제외했다. 생산기업이 3개 이하인 희귀의약품의 약가도 오리지널은 70%, 복제약은 59.5% 수준으로 우대했다. 제약사의 연구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개량신약이나 혁신형 제약기업이 생산한 복제약, 원료합성 복제약 등도 약가 우대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밖에 모든 의약품은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의약품 가격의 53.55% 수준으로 낮아진다. 이런 원칙을 적용하면 전체 건강보험 등재 의약품 1만4410개 중 가격 인하 대상 품목은 애초 8776개에서 7500여개로 줄어든다. 전체 약가는 평균 14% 가량 인하된다. 이에따른 전체 약품비 절감액은 건보재정 1조2000억원, 환자부담 5000억원 등 총 약 1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예외대상을 늘리며 지난 8월 발표 당시 밝혔던 추계치 2조1000억원 보다는 4000억원 가량 절감액이 줄었다. 고시안은 내달 1일 행정예고한 후 12월 10일까지 의견수렴해 연내 고시내용을 확정, 내년 1월 중 시행된다. 약제급여목록표 개정까지 이뤄지고 나면 실제 약가는 내년 4월부터 인하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이번 약가인하 이후 예측가능성이 보장된 상시적 약가관리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제약·의료계와 함께 약가제도협의체를 구성하고, 내년 3월까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1년간 유예할 예정인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를 수정해 보완하고,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약품비 비중을 적정하게 조정할 수 있는 중장기 약가 제도를 설계할 방침이다. 최희주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관은 "약가 인하의 큰 틀은 유지하되 제약업계의 요구를 수용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약업계는 축소된 약가인하안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범의료계 리베이트 근절 대타협 추진=복지부는 올해 말까지 보건의료계가 스스로 공정한 보건의료 환경을 조성·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대타협'을 추진한다. 그간 제약산업 발전의 최대 걸림돌이 되어 온 리베이트 구조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보건의료계 대협약(MOU)' 체결을 올해 말까지 이끌어 내기로 하고,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협약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이행방안을 마련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최대 23개월에 이르는 의약품 대금지급 관행을 개선하고 수가체계를 합리화하는 등 보건의료계가 리베이트를 줄일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하지만 자정 선언 이후에도 리베이트 관행이 적발되면 곧바로 해당 의약품을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서 삭제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 같은 관행이 3차례 누적되면 아예 품목허가를 취소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와 약사에 대해서는 면허 취소와 명단공개 등 강력한 퇴출 수단도 마련한다. 현재는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와 약사의 경우 최대 12개월까지 면허 정지만 가능하다. ◆신약개발 제약기업 우대방안도 마련=올해 안에 제약산업 육성방안도 마련한다.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기준에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중 이외에 미래 연구개발 투자계획, 특허보유실적, 해외진출역량 등을 다각적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지원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비교우위를 지닌 분야를 중심으로 지원규모를 대폭 늘리는 한편, 바이오신기술 관련 연구개발 지원사업과 유전체 분석사업 등의 예산도 늘릴 계획이다. 추가적인 세제·금융지원도 관계부처와 협의해 반영할 예정이다.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약가제도 개편과 보건의료계 대타협을 통한 공정거래관행 정립, 제약산업 육성이라는 정책을 패키지로 추진해 보건의료계가 상생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향후 치료재료나 의료기기 등 전반적인 보건의료 산업 분야가 예측가능하고 공정하며 투명하게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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