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대망의 '무역(수출+수입) 1조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때 글로벌 재정위기 여파로 비상이 걸렸었으나, 자동차와 철강 등 주력제품들이 세계 시장을 휩쓴 덕분에 예상보다 한 달 정도 늦춰진 12월 초쯤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해 이후가 문제다. 당장 내년 세계 교역 시장 여건이 녹록치 않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경제가 침체된 탓에 세계 경제 전체에 먹구름이 낄 것으로 보이는 등 수출·입 규모가 쪼그라들 공산이 크다. 일각에선 무역 1조 달러가 지속성 없이 '1회성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무역 1조弗 달성..."12월12일 대국민 보고대회"= 지식경제부는 1일 '2011년 10월 수출입동향'을 통해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 증가한 474억 달러, 수입액은 16.4% 늘어난 431억 달러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무역수지는 43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21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이로써 10월 말까지 무역 규모는 8988억 달러로, 무역 1조 달러까지 1012억 달러 남았다. 지경부는 월 평균 무역 규모가 910억 달러 내외임을 감안, 오는 12월5일쯤 무역 규모가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10월 수출 실적을 품목별로 살펴보면 무선통신기기와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자동차와 철강제품, 석유제품 등 주력 품목들 대부분 증가세를 보였다. 수입은 최근 몇 달 동안 20%넘는 증가율(지난해 같은 기간대비)을 보였지만 자본재 수입 감소와 소비재 수입 증가세 둔화 등으로 10%대로 내려왔다. 한진현 지경부 무역투자실장은 "무역규모 1조 달러가 12월5일쯤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며 "12월12일에 무역 1조 달러를 기념하는 국민보고대회와 무역의 날 행사를 열 계획이다"고 말했다. ◇2012년 선진국에 이어 개도국도 불황? "최악의 시나리오"= 우리나라 무역 규모가 1조 달러를 넘어선다는 것은 분명 축하할 일이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당장 내년 세계 경제가 불확실하다. 선진국은 물론이고 신흥개발도상국에 대한 수출 전망이 온통 어둡다. 선진국으로 나가는 수출 규모는 이미 줄고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가 유럽연합(EU)에 수출한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4%나 줄어든 23억600만 달러에 그쳤다. 미국은 7% 감소했는데, 글로벌 재정위기가 실물경제로 본격 전이된다면 이들 나라에 대한 수출 규모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중국을 비롯해 아세안 등 개도국들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EU와 미국의 경제 불안에 중국이 긴축정책으로 돌아선 게 우리로선 부담이다.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달 29일 상무위원회를 열고 부동산시장 과열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며, 적절한 시기에 경제 정책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지갑을 닫으면 닫을수록 우리 수출실적은 줄어들 게 뻔하다.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한 실장은 "글로벌 재정위기 여파로 실물경제가 위축될 조짐이 나타나면서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선진국에 이어 개도국 경제까지 망가지면 정말 최악의 시나리오다"고 지적했다. 이경태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원장도 "내년엔 선진국 후진국 할 것 없이 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란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글로벌 재정위기가 금융위기로 이어지면서 실물경제까지 전이되면 정말 큰 문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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