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스마트 TV'로 대변되는 TV시장의 격변기를 이겨내기 위해 새 조직을 신설하는 등 변신하고 있다. 스마트 TV 출시 초기에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개발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지금은 제휴를 통해 차별화된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까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애플과 구글 등이 콘텐츠 강점을 앞세워 TV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변신을 부추기고 있다. TV가 스마트 TV로 패러다임이 바뀐데 이어 경쟁상대의 패러다임도 바뀐 셈이다.
◇ 삼성·LG전자, 더 이상 TV 제조업체 아니다
스마트 TV가 주력 제품으로 부상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조직도 함께 바뀌고 있다. 스마트 TV 역시 스마트폰처럼 앱과 콘텐츠와 같은 ‘소프트파워’가 승패를 가르면서 관련 조직을 잇달아 신설하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는 △스마트 TV 플랫폼 개발 △스마트 TV용 앱 개발 △콘텐츠 확보를 주 업무로 하는 팀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관련 부서에 일하는 인원만 150여 명에 이른다. 최근에는 앱을 개발하는 툴인 SDK 개발 업무로까지 영역이 확대됐다.
여기에 콘텐츠 파트너들을 발굴하고 콘텐츠 파트너들과 앱 개발자들이 개발한 콘텐츠들을 앱스토어를 통해 서비스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팀도 신설됐다.
LG전자는 지난해 초 스마트 TV의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스마트 TV팀’을 신설한데 이어 올 상반기에 콘텐츠 전략과 콘텐츠 공급자와의 전략적 제휴 등을 맡은 ‘콘텐츠 PBL’팀까지 신설했다. 담당인원만 100여 명에 이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전세계 대부분 TV업체들이 연구개발과 생산관리, 판매로 내부 조직구조가 비슷했다”며 “하지만 스마트 TV 출시 이후 스마트 TV용 앱 개발과 콘텐츠 확보에 가장 많은 인력이 투입되고 가장 중요한 핵심부서로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소프트 파워 앞세운 구글·애플 TV서 통할까
구글과 애플이라는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도 삼성전자와 LG전자에게는 부담이다.
이미 TV를 선보였던 구글은 지난달 31일 사용자 환경(UI)과 검색 기능, 전용 앱을 강화한 '구글TV2.0'을 공개했다. 구글의 최대 강점은 자회사인 유튜브가 보유한 방대한 콘텐츠다. 여기에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제공하는 앱 역시 강점이다.
유튜브는 내년까지 100개 채널을 개국해 자체 제작한 방송 프로그램을 내보낼 예정이다. 대중문화·스포츠·음악·건강을 비롯해 19개 카테고리로 나눴다. 올가을 출범해 내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통해 애플 역시 TV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애플의 최대 강점은 아이폰4S에서 선보인 음성인식 명령 기능 '시리(Siri)'와 같은 차별화된 기능은 물론 이미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앱이 손꼽힌다. 앱스토어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iCloud) 등을 애플TV에서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구글과 애플이 TV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공급 과잉상태여서 아웃소싱이 비교적 쉽지만 언제까지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삼성과 LG와 비슷한 수준의 TV 를 만들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다는 점도 아웃소싱 전략의 약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