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는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들이 기거하는 쉼터가 있다. 에이즈 감염인은 감염 직후, 경제적·사회적 모든 네트워크를 상실하고 날개가 꺽인 채 쉼터로 오는 경우가 대다수다. 실제 2010년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의하면 에이즈로 판명이 되고 난 후 가족들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그리고 직장을 잃게 되는 감염인이 50%에 달한다. 그러나 정부는 2008년부터 전국 7곳의 쉼터를 2곳으로 대폭 축소하였다. 이렇다 보니 항상 대구 쉼터에는 입소를 희망하는 에이즈 감염인들이 많다. 이렇게 갈 곳 없는 에이즈 감염인의 유일한 휴식처인 쉼터에서 2011년 3월 한 감염인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생겼다. 이전에 1차 응급상황이 발생하여 응급구조차로 이송이 되었으나, 이후 한 차례 더 응급상황이 발생하여 야간에 119 구급대를 불렀다. 그러나 첫 출동시에 이미 환자가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응급구조대원들은 각혈하고 있는 환자의 혈액을 수습하는 일에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았으며, 오히려 수습하는 과정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쉼터내 동료 입소자들의 혈액 수습이 모두 끝나서야 응급구조대원들은 이송조치를 하였다. 이 때문에 이송조치가 수분 지체되었고, 환자는 대구의 모 대학병원 응급실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숨을 거두었다. 쉼터내 입소자의 증언과 상황 판단에 의거하여, 응급구조대원들의 책임 소홀이 분명함을 인식하고, (사)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는 국가인권위원회에 10월 진정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에이즈는 감염경로가 정확히 밝혀진 질병이다. 감염된 사람과의 직접적인 성접촉, 혈액이 몸속에 들어왔을 때, 그리고 감염된 산모로부터 아이가 감염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에이즈에 대해 정확히 알고 사전에 예방을 한다면, 의료인이 에이즈에 감염될 확률은 1/1,000, 1/10,000 이하로 줄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이즈 감염인의 81% 이상이 의료시설에서 차별을 경험했다는 설문조사는 매우 놀랍다. 에이즈는 후천성면역결핍증, 즉 면역이 저하되는 질병으로 비감염인에 비해 병원 이용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많은 감염인들은 자신의 감염사실이 병원에서 알려지는 순간 차별을 경험하기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고 살아가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때로는 이번 일처럼 소중한 생명권을 침해당하기도 한다. 이번 사건은 에이즈 감염인이기에 차별을 경험하게 되는, 그로인해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 심각한 생명권·의료접근권 침해로 판단된다. 의료인으로서 에이즈 감염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지 못하고, 차별하는 도구로만 사용하였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또한 에이즈 감염인임을 알았다면, 기본적 보호장구를 준비하여 혈액의 수습 과정 없이 곧장 병원으로 이송했어야 한다 판단한다. 교통사고를 당한 응급 환자의 경우 혈액의 수습을 우선으로 하지 않으며 이송조치가 우선된다. 물론 에이즈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없으며, 시간도 허락되지 않는다. 이와 비교하더라도 에이즈 감염인이라는 이유로 형평성에 어긋나는 조치를 받은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사회에서 에이즈 감염 사실을 밝히는 일이 곧 환자 스스로의 생명권을 포기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에이즈 30년을 맞는 지금, 눈부신 의학의 발전으로 에이즈 사망자가 많이 감소하였다지만, 우리의 인식은 발전하고 있는가? 우리의 터무니없는 편견과 차별이 한 에이즈 감염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진 않았는가? 강한 의문과 반성을 갖게 한다. 부디 국가인권위원회의 객관적이고 의식있는 조사와 결정이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사)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 사무국장/쉼터소장 김 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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