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이 연말연시 휴무기간을 활용해 일제히 신년 구상에 돌입한다. 대부분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은 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내년 시무식에서 내놓을 화두를 가다듬을 예정이다. 특히 내년의 경우 경기침체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돼 그 어느 해보다 고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건희 회장 ‘공격 경영’ 청사진은?=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서울 한남동 자택에 머물며 조용하게 한 해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올 4월부터 서초사옥으로 주 2회 출근하며 현장경영을 펼쳤다. ‘지금이 진짜 위기’라며 경영일선에 복귀했던 이 회장은 현장경영 복귀 때도 "전세계 기업들이 삼성을 견제하고 있다"며 위기를 강조했다. 이후 이 회장은 전자계열사를 시작으로 금융과 화학계열사, 중건설·독립계열사 사장단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경영성과가 나쁘거나 비리가 적발된 최고경영자(CEO)는 호된 질책과 함께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 회장은 올해 조직에 ‘위기’와 ‘긴장’을 불어넣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회장은 내년 화두로 ‘공격 경영’을 예고해 놓은 상태다. 지난 1일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에 참석한 이 회장은 “전세계 경제가 어두우니까 긴장을 더 해야 되겠다”며 “보통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이번 연말 구상을 통해 얼마나 통 큰 결단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 회장은 오는 2일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신년 하례회에서 새해 청사진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신년하례회에는 계열사 사장단과 재경 담당 임원들이 참석한다. 이 회장은 새해 미국 출장길에도 오를 예정이다. 오는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가전 전시회인 ‘국제전자제품전시회(CES) 2012’에 참석, 세계 전자업계 흐름을 살필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COO)도 함께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내년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와 같은 경영 외적인 요소가 없어 경영에 보다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며 “CES 참석 준비를 하고 있지만 정확한 것은 내년 1월에 가서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정몽구 회장, ‘긴장 모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자택에서 신년 구상에 몰두할 예정이다. 매년 1월 새해 시작과 함께 해외출장길에 올랐던 정 회장은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최근 이례적으로 위기를 강조하고 나서 내년에 어떤 화두를 꺼내들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 회장은 지난 12일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그 동안 잘해왔다는 말을 듣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것인가”라며 “자동차 산업 전반이 흔들릴 수 있으며 현대·기아차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의 신년 메시지는 내실 강화에 초점이 모아질 전망이다. 높아진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제값 받기’ 전략을 확대하고 어떤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를 내놓을 것인가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선 부회장은 내년 1월 개막하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참석, 세계 자동차업계의 흐름을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에는 새롭게 출시하는 신차가 없기 때문에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도 남아 있는 상황이다. ◇구본무 회장, 신정 가족과 함께= 구본무 회장은 LG家가 오래 전부터 신정을 쇠는 관계로 연말연시를 항상 가족과 함께 보낸다. 충남 천안시에 있는 구자경 명예회장도 큰 아들인 구 회장의 한남동 집으로 올라오고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구본식 희성전자 사장 등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인다. 구 회장의 신년 구상은 ‘재도약’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올해 LG그룹은 상당한 시련을 겪었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의 실적이 부진했고 LG화학도 성장세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데다 1조원 유상증자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 체력을 충분히 비축한 상황이다. 구 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전자와 화학, 통신서비스 등 주력 사업분야에서 차별화된 고객가치 창출을 통해 시장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자’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 회장은 중장기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 계획과 인재 확보 방안 등에 대해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원 회장, 봉사활동으로 한해 마무리=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도 가족들과 함께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위치한 중증장애인 시설 ‘가브리엘의 집’을 방문해 봉사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최 회장의 새해 구상은 ‘하이닉스’에 초점이 모아질 전망이다. 최 회장은 지난 22일 하이닉스 인수 이후 처음으로 경기도 이천 하이닉스 본사를 방문, 하이닉스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SK그룹은 반도체를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운다는 계획이어서 예상을 뛰어넘는 투자계획을 내놓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최 회장은 하이닉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하이닉스는 앞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사업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대규모 투자 등에 대한 주요 의사결정이 적기에 내려질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특별한 일정 없이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며 신년 사업구상에 나설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최근 태양광, 바이오 신약 등 신사업을 비롯해 동남아 등 해외진출 등 큰 변화를 추진해왔다. 최근에는 계열사인 대한생명을 통해 동양생명을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 회장은 이번 연휴로 짧은 쉼표를 찍은 후, 신년부터 다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박용현·박용만 두산그룹의 수장들도 해외출장 등의 일정을 잡지 않고 가족과 함께 연말을 보낼 예정이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연말 자택에 머물며, 내년 불황으로 예상되는 조선 해운업 사업구상을 다듬을 예정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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