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해 유럽시장에서 대담한 판매드라이브를 걸 작정이다. 역발상이다. 재정위기를 맞고 있어 산업수요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을 감안하면 오히려 목표치를 낮춰야 할 판에 거꾸로 높혔다.
29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유럽시장 판매목표로 전년 대비 15.4% 증가한 46만5000대를 잡았다. 이는 현대차가 올해 미국시장에서 전년 대비 4.5% 증가한 67만5000대를, 중국에서는 6.8% 늘어난 79만대를 각각 판매목표로 잡은 점과 비교할 때 매우 도전적이다.
기아차도 올해 유럽 판매목표를 지난해보다 22.8% 늘어난 35만6000대로 잡았다. 미국(10.8%)보다 2배, 중국(6.4%)보다 3배 이상 높은 목표치다. 두 회사를 합하면 모두 82만1000대로 70만대를 약간 밑돈 전년보다 18.6% 증가한 수준이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글로벌 전체 판매목표(5.7%, 9.5% 증가)는 결국 유럽시장에서 두자릿수를 달성하느냐의 여부에 달렸다.
목표를 달성한다면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유럽시장에서 아시아 브랜드 가운데 최고점유율(5.1%)에 비유럽 브랜드 가운데 최고점유율을 기록한 GM(8.7%)과의 격차도 줄일 수 있다.
물론 현대·기아차의 이같은 목표치는 올해 유럽시장이 주요 시장 중 산업수요 증가율이 가장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만만치 않은 것이다. 글로벌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유럽 자동차산업 수요는 1382만대로 전년 대비 1.9% 성장하는데 그칠 전망이다. 반면 미국과 중국의 산업수요는 각각 1350만대, 1312만대으로 전년 대비 각각 5.7%, 9.9% 늘어날 전망이다.
그렇지만 현대·기아차는 전략형 신차, 직영판매 확대, 다양한 마케팅과 금융프로그램 등으로 유럽시장을 뚫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i40'에 이어 올해 'i30'를 유럽에서 선보인다. 'i30' 1.6디젤모델의 출력과 연비는 각각 20㎞/ℓ(자동기준), 128마력으로 폭스바겐 골프 1.6TDI를 출력 면에서 앞선다.
직영판매 비중은 기존 43%에서 67%로 높일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독일과 프랑스 현지 판매를 맡은 스위스 프레이그룹으로부터 대리점을 사들여 직판체계를 구축했다.
기아차는 '모닝' '리오' 등 기존 차종에다 '신형 씨드'를 출시한다. '유로 2012' '런던올림픽' 등과 관련된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도 높일 방침이다.
두 회사 모두 법인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경쟁력 있는 리스프로그램 도입, 금융프로그램 강화 등을 계획 중이다.
여기에다 유럽시장을 '외국브랜드의 무덤'으로 만들 정도로 텃세가 심했던 현지 브랜드가 유럽 위기의 타격을 고스란히 입을 가능성이 높고 이미 조짐도 보인다.
이원희 현대차 부사장(재경본부장)은 "수요둔화로 가격경쟁이 심화될 수 있지만 유럽브랜드들은 유럽 현지 의존도가 높고 구조조정도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들어 푸조가 6000명을 감원했고 피아트는 올해 판매목표를 당초보다 50만대 줄였다는 것. 이 부사장은 "재정위기가 지속되면 조달비용이 높아져 할부금융도 경색될 수 있다"며 "(금융프로그램 강화 등으로) 유럽업체가 어려워진 때가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