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 정치권의 지각변동은 정부 금융정책에도 민감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살생부'가 돌고 있는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핫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적기시정조치를 유예받았던 저축은행 4곳 가운데 적어도 2곳은 퇴출된다. 총선 이후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검사결과가 나오면 사실상 퇴출 대상의 윤곽이 잡힌다. 당초 총선 전 구조조정 명단이 발표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검사를 끝내고도 선거에 미칠 파장을 감안해 시기를 조절한 것이다. 선거 전 저축은행 예금자들이 은행으로 몰려가 돈을 회수하는 `뱅크런(bank run)'이 발생하는 등 패닉 현상에 빠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이 지역 표심을 달래려는 제스처를 취할 경우 정부의 구조조정 원칙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위원회는 제출받은 경영개선계획을 토대로 경영평가위원회를 열어 개선 가능성을 확인한 후 금융위를 열어 퇴출 대상을 확정한다. 이 시기는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가 될 공산이 크다. 18대 국회에서 통과시킨 여신전문업법 개정에 따른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문제도 선거 뒤 조율이 필요한 사안이다. 정부가 사실상 수수료율 결정권을 쥐게 돼 헌법에 규정된 시장질서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란 속에도 자영업자들의 표를 의식한 여야는 아랑곳하지 않고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지난달 13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의결됐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위헌시비를 떠나 재의 요구(거부권 행사)를 할 게 아니라면 국회에서 통과된 만큼 중소가맹점 등 영세 상인을 보호한다는 입법 취지가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수준도 총선 이후 윤곽이 드러난다. 오는 26일에 열리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공청회가 열리고 신용카드사와 영세가맹점 간 치열한 설전이 예고된다. 총선 뒤 여야는 영세 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지지 속에 대형 카드사와 금융권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민영화에 나선 우리금융그룹과 KDB산업은행지주도 속도조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선거 결과, 여소야대로 정치 세력이 재편되면, 금융노조를 비롯한 시민단체 등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민영화 작업이 암초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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